페이스북의 글로벌 코인 리브라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규모와 인지도를 갖는 기업이 직접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작년 8월 기준 페이스북의 월 사용자는 22억 명이며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 페이스북이 보유한 소셜 미디어 앱의 월 이용자 수는 중복을 포함해 모두 58억 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가 대략 40억 명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암호화폐 인지도 상승은 물론, 인터넷 사용자들을 암호화폐 시장으로 안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산원장기술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퍼블릭 블록체인상에서는 기존의 은행 또는 증권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구축해온 네트워크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 등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라도 금융에는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이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탈중앙화된 관리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해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노드가 될 권한을 1000만 달러에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세계 화폐를 생성하는 첫 시도가 될 것이고 백서를 통해 밝혔듯이 전 세계의 빈곤층 및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혁신의 첫 번째 도약이 될 것이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이베이, 우버 등의 협력은 높은 실현 가능성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글로벌 규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국가별로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 및 규제 수준이 상이해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출시가 더딘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이번 리브라 공개를 통해 규제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규제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다른 암호화폐보다 더욱 엄격한 신원 인증 절차와 사기 방지 방안을 지원해 각 국가의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제도(KYC)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 정보와 소셜미디어 계정은 연동되지 않으며 은행이나 신용카드사가 사용하는 인증 및 사기 방지 기능 등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소비자보호 장치가 마련된 암호화폐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전 세계 소비자들에 의해 리브라가 널리 사용되고 이를 통한 안전한 금융 혁신이 증명된다면 자연스럽게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차이는 축소될 것이다.
한편, FATF가 발표한 암호화폐 국제 규제 표준안은 규제 불확실성 제거의 첫 번째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 표준안은 전통적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 차단(CFT)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암호화폐 자산 취급업체들로 하여금 거래자에 대한 신원을 확인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관련 정보를 사법부와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글로벌 거래소 대부분의 월렛 주소가 익명이기 때문에 신원 파악이 불가능하고 거래소 간 정보 공유도 안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규정 준수를 위한 별도의 솔루션 마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결국 규제를 따르기 어려운 거래소는 사라지고 소수의 대형 거래소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거래자들도 상당수 시장을 떠나거나 직접 거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면, 글로벌 거래소들이 FATF의 규제안을 준수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암호화폐는 공식적으로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고 금융 혁신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리브라는 이미 FATF의 규제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과연 리브라가 FATF 규제안을 준수하면서 금융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