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물가상황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사실상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그 폭과 관련해서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물가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로 대응할 시점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했다. 그는 “물가 상황에 있어 통화정책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매우 커졌다. 물가만 보고 (인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창립기념사에서 언급했듯이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당초 전망한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전망치 0.7%는 물론 올 전체 전망치 1.1%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공식화했다. 이날 함께 나온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 내외가 될 전망이다. 이는 4월 전망치(0.7%) 보다 낮은 것이다. 또 금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들어 물가상승률은 0%대에 그치고 있다. 실제 올 1월부터 5월까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0.6% 상승에 그쳤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도 0.8%로 한은의 상반기 전망치(1.0%)를 밑돌고 있다.
한은은 이같은 저물가 원인으로 국제유가 및 농축산물가격 등 공급측 요인과 복지정책 강화 등 정부정책 요인을 꼽았다. 우선 원화기준 원유 수입물가는 올들어 5월까지 5.3%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9.7% 상승한 바 있다. 이는 작년 하반기 중 28.8%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동기대비 1.4%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양호한 기상여건과, 사육두수 증가 등으로 농축수산물가격 오름폭도 크게 축소됐다. 올 1~5월중 농축수산물가격 상승률은 0.5%로 예년평균(2010~2018년)치 3.4%를 크게 밑돌았다. 교육과 의료·통신 관련 복지정책 강화와 유류세와 승용차 개별소비세 등 일부 간접세 인하 등 정부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공통요인물가와 경기민감물가 등 모형을 기반으로 본 기조적물가는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플레이션 발생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품목이 농산물, 석유류, 공공서비스와 집세 등 일부 품목군에 그치고 있는데다, 일반인 기대인플레는 여전히 2%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물가전망과 관련해서는 내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완만할 것으로 봤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말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새로 설정하면서 물가상황과 향후 전망, 정책방향 등과 관련해 연 2회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고,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설명키로 했었다. 또, 올해부터는 매 3년의 적용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운영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매 2년 주기로 점검하고 정부와 협의해 공개·설명키로 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