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장 친환경 바람(上)] “유기농 비싸지 않냐고요?…산모·태아 건강이 먼저죠”

입력 2019-06-26 18:17 수정 2019-06-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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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미래여성병원, 아이쿱생협과 손잡고 10년째 친환경급식

기존보다 1.6~1.7배 비싸지만 몸속 유해물질 30% 감소 효과

“친환경급식 활성화 위해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정부 지원 필요”

▲진주미래여성병원 산모들이 친환경 먹거리로 구성된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진주미래여성병원)
▲진주미래여성병원 산모들이 친환경 먹거리로 구성된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진주미래여성병원)

“엄마가 먹는 것은 그대로 태아에게 간다.” 2008년 국내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는 산모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2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1인당 15~20cc의 양수를 채취해 오염 여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실험대상자 모두의 양수에서 수은, 카드뮴, 알루미늄, 납 등의 독성 물질이 발견됐다. 출생 후 산모와 신생아의 모발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산모와 비슷한 패턴으로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월 진주미래여성병원이 아이쿱생협과 손잡고 친환경급식을 시작한 것도 이 방송의 영향이 컸다. 이종훈 병원장은 국내 모든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친환경급식을 시작했다. 원래 병원 식당은 외주를 줬지만, 직영으로 전환했다. 외주업체의 마진까지 친환경급식에 투자한 것이다. 현재는 급식의 약 70%를 아이쿱생협의 친환경 농산물 등으로 공급한다. 100%를 친환경으로 하고 싶지만 국내 여건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여성병원 입장에선 현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는 셈이다.

서동원 미래여성병원 기획부장은 “친환경급식으로 바꾸면서 기존 대비 월 200만 원 정도가 더 들었다”며 “식당에서 얼마를 남겨야 한다고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친환경급식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기농·무농약 가격은 관행 농산물 대비 1.6∼1.7배로 비싼 편이다.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 적정가격을 관행 농산물의 1.4배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1.4배 정도 비싼 것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진주미래여성병원이 친환경급식을 시작한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올해 1월 9일 진주미래여성병원 입구에는 ‘참 고맙습니다’라는 현판이 달렸다. 진주아이쿱생협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쿱 친환경급식 병원 1호의 위상에 걸맞게 바른 먹거리에 앞장서 온 진주미래여성병원의 10년을 축하하며 선물한 것이다.

진주아이쿱생협 측은 “2009년 1월 진주미래여성병원이 처음으로 친환경급식 현판을 달며 전적으로 친환경 먹거리로만 식단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사실 병원이 재정적 부담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며 “고맙게도, 그 불가능해 보였던 가치는 꾸준히 이어져 오늘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친환경급식 10주년을 기념해 김경순 진주아이쿱 이사장과 이종훈 공동병원장이 현판을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진주미래여성병원)
▲친환경급식 10주년을 기념해 김경순 진주아이쿱 이사장과 이종훈 공동병원장이 현판을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진주미래여성병원)

그렇다면 친환경급식이 산모의 건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서동원 부장은 실제로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아이쿱생협이 최근 바디버든(Body burden) 프로그램을 전국의 50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시행했다. 바디버든은 인체 내 특정 유해인자 또는 화학물질의 총량을 말한다. 유해물질이 몸속에서 배출되지 않고 임계점에 다다르면 질병을 유발한다. 여성의 경우 각종 자궁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대상자들은 바디버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소변 검사를 통해 환경호르몬 수치를 측정하고 2주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한 뒤 소변 검사를 다시 해서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인했다. 진주미래여성병원에서도 산모 5명이 참여했는데 평균 여성보다 중금속 배출 등이 30%나 줄어들었다. 서 부장은 “국내에는 환경보건 기준이 없어서 미국 기준으로 한 것인데 30%가 줄어든 것은 엄청난 수치”라고 강조했다.

진주미래여성병원이 10년 전 친환경급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산모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유기농 귤을 보고 거칠고 못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산모들이 많았다. 한 산모는 “비용도 많이 내고 산후조리원에 오는데 이런 허접스러운 것을 주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진주아이쿱생협과 함께 식품안전교육을 하고 물품 취급 기준을 담은 책자도 입원실마다 비치해 산모들의 이해를 돕는 등 지금까지도 먹거리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부인과를 넘어 새로 생긴 아동병원의 입원 아동들과 가족들, 그리고 직원들까지 모두 친환경 먹거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종훈 병원장은 “오염된 먹거리 사고를 다룬 뉴스를 접할 때마다 또 환자분들이 친환경급식을 인정해 줄 때마다 친환경급식을 유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진주미래여성병원 사례처럼 친환경급식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오너와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서 부장은 “이 원장이 처음부터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산후조리원의 경우 최대 2주 정도만 입원하기 때문에 기존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비해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는 커다란 단점이다.

서 부장은 “현재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아예 없는데 로컬 제품을 구매하면 혜택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늘리면 친환경급식을 확대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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