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하면서 화웨이의 막강한 영향력이 입중됐다고 CNN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 회담을 갖고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과 화웨이의 거래를 금지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로 사면초가 상태에 몰린 화웨이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조치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CNN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제재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의 글로벌기술정책 담당자는 “1100억 달러 규모의 화웨이를 제재로 움직이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다”며 “글로벌 공급체인들과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화웨이가 글로벌 기술·통신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5G 분야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련 분야 연구 및 개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웨이가 5G 관련 30개 국가들과 50개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화웨이가 아닌 다른 대체제를 찾도록 압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4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던 많은 국가들은 그대로 5G로 갈아타는 게 쉽고 싸다. 통신업체 로비단체인 GSMA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이들 국가의 무선통신업체들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못하게 되면 620억 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고 5G 출시도 18개월 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유럽국가들에 비해 화웨이 장비 사용 의존도가 낮기는하다. 그러나 주로 화웨이 의존도가 높은 중소규모의 무선통신업체들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40%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미 지방무선통신협회가 펴낸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약 10억 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파악됐다.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화웨이에 비해 규모가 작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최대 고객이 화웨이라는 점도 화웨이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2018년 화웨이는 인텔, 구글, 마이크론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로부터 11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구매했다.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가 있기 전, 마이크론의 최대 고객은 화웨이로 2019년 상반기 매출의 13%가 화웨이로부터 나왔다. 거래가 금지되면서 마이크론의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거래 금지로 약 2억 달러 정도 수출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해 거래 금지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화웨이의 영향력을 증명한 시간이었다고 CNN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