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가능한한 실물경제와 금융안정 대응을 고민하면서 결정해 나가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가계부채라는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최근 부진한 경기와 물가 상황에 복잡한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중도매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고 위원은 여전히 금융안정에 방점을 뒀다. 모두 강연에서는 △금융발전과 경제성장 △금융발전과 금융안정 △금융불균형의 누적 △과도한 신용에 대한 경고 등으로 할애했다. 우선 민간신용으로 정의된 금융발전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선 선진국에서도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비율 100%라는 임계점을 넘을 경우 금융발전과 경제성장간에는 ‘역-U자형 포물선’ 관계가 있다고 봤다. 부문별로 보면 정부는 85%, 기업은 90%, 가계는 85% 수준을 임계점이라고 추정했다. 이 모두를 합한 우리나라의 매크로 레버리지비율은 GDP 대비 230%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GDP대비 85% 밑으로 떨어질때까지 통화정책 기조를 신중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고 위원은 “85%까지 통화정책을 강화해야하는지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며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라갈 수 있다. 비율이 너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2분기 증가율은 정부목표인 5%가 안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금융안정은 부채 문제다. 부채는 비만과 비슷해 성인병이 발생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다만 한 번에 없애기 어렵다.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꾸준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 경제부진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고 위원은 “정부가 성장률을 낮췄다. 한은도 하반기 개선을 전제로 2.5%를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여러 여건이 좋지 않다. 수출, 설비투자, 중국수출, 반도체 등이 안좋다”며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우려스럽다.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약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통화정책이 경기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통화정책 결정은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고려한 후 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미국 연준(Fed) 7월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그는 “연준 통화정책과 1대 1의 대응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외금리차나 스왑레이트 등으로 봐도 당장 자본유출 우려가 없었던 작년말에도 연준의 통화정책을 지켜봤었다”며 “연준 방향, 미중 무역분쟁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4월 전망한 대로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될 수 있을지에 관한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 가계부채도 금융안정과 관련한 우려가 확실히 반전될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미 연준의 통화정책방향 등에 대한 점검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