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스톤이 1000억 엔(약 1조920억 원)을 투자해 일본 내 물류시설 여러 곳을 인수한다고 1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블랙스톤은 최근 부쩍 전 세계 물류시설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물류업체 GLP로부터 미국 산업용 창고들을 총 187억 달러(약 2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민간 부동산 거래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지난달 거래로 블랙스톤은 총 1660만 ㎡ 면적의 창고들을 손에 넣으면서 미국 제조업 관련 자산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켄 카플란 블랙스톤 부동산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는 “물류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글로벌 투자 테마”라며 “우리는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수요를 충족하고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배송과 창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낙관한 것이다.
일본 물류시설에 투자한 이유도 비슷하다. 특히 닛케이는 일본 전자상거래는 해외보다 보급이 더뎌 성장 여지가 크며 동 사업에 필요한 물류시설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에 일정한 수익률을 확보하기 쉬운 부동산 투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블랙스톤은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와 지바현 인자이시 등에서 물류시설을 총 5~6동 취득했다. 특히 오다와라시에 있는 물류시설은 아마존재팬의 수도권 배송을 위한 중요 거점이다.
일본 전체 판매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6%에 그쳐 10%인 미국과 대조를 보였다. 블랙스톤은 배송에 필수적인 물류시설이 높은 가동률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예상 투자수익률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 물류시설은 일반적으로 4% 안팎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장기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침체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노릴 기회가 된다.
싱가포르 정부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메이플트리인베스트먼츠가 블랙스톤에 물류시설을 매각할 예정이다.
블랙스톤은 일본에서 추가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랙스톤의 조셉 바라타 기업투자 부문 글로벌 대표는 지난 5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3~5년간 일본에 최대 5000억 엔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LP도 지난해 일본 내 물류시설 개발을 위한 6000억 엔 규모의 펀드를 세웠다. 홍콩 계열 물류시설업체인 ESR도 5월 GLP와 비슷한 목적으로 2000억 엔 규모 펀드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