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억5000만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과 맞물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취득세율 인상이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거래 절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13일 행정안전부는 실거래가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인 주택을 구매할 때 내는 취득세율이 현행 2%에서 1.01~2.99%로 세분화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 관계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 6억 원 초과~7억5000만 원 미만 구간은 취득세가 지금보다 낮아지게 되고, 7억5000만 원 초과~9억 원 이하 구간은 취득세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실거래가 8억 원짜리를 주택을 구입하면 현재는 2% 세율을 적용받아 1600만 원을 취득세로 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2.66% 세율이 적용돼 1864만 원을 내야 한다. 올해보다 264만 원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9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는 기존 1800만 원에서 2691만 원으로 891만 원 늘어나게 된다. 반면 7억 원짜리 주택은 현행보다 낮은 1.67% 세율을 적용받아 취득세가 1169만 원으로 현행(1400만 원) 대비 231만 원 내려가고 7억5000만 원의 주택은 세율 2%로 변동이 없다.
정부는 이 같은 개편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가격대의 주택 거래에서 취득세율을 줄이려는 ‘다운계약서’ 작성 관행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렇잖아도 최근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사실상의 세금 인상으로 거래 절벽 현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상반기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4만28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만5645건 대비 50%나 줄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7만5441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43% 감소한 수치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취득세 때문에 집을 사지 않거나 하는 등의 큰 영향은 당장 없겠지만 거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정부가 보유세를 늘리고 거래세는 줄이겠다는 기조 등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어 시장의 혼란을 주는 부분은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9억 원 이상 주택 거래시 취득세는 기존과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강남 등 고가주택이 많은 곳은 영향이 적고 중산층들에게만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주택 가격별 세율을 달리한 것은 맞는 취지이지만 9억 원 이상에 대한 취득세가 그대로인 부분은 이상하다”면서 “대부분 9억 원 이상인 강남권은 이번 취득세율 개편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데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개편으로 시장 불균형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