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에 가격 상승 기대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예고된 상태이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4.2로 전월(109.8)보다 4.4포인트 올랐다. 작년 9월(133.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은 물론 강북 주택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달 강남지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3.5로 전월(111.2)보다 오른 것은 물론, 역시 작년 9월(13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북 지수(114.9)도 작년 9월(129.7) 이후 가장 높게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집값이 오르는 흐름과 비슷하게 매수심리 역시 두드러졌지만, 정작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2.2로 작년 10월(86.0)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강남지역의 지난달 매수우위지수는 76.8로 전월(79.3)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 4월에 34.5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강북의 지난달 매수우위지수는 전월(83.0)보다 오른 87.5로 집계됐다. 작년 9월(157.7)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지만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매매 거래는 여전히 뜸하다. 서울의 지난달 매매거래지수는 22.2로 전월(26.3)보다 4.1포인트 떨어졌다. 매매거래지수는 지수가 100을 밑돌면 ‘한산함’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의 지난달 매매거래지수는 20.2로 전월(29.3)보다 하락했다. 7월 이후 두 달 연속 떨어진 것이다. 강북의 9월 매매거래지수는 24.2로 8월(23.3)보다 올랐지만 그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KB부동산 측은 “서울 강남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와 상관없이 재건축 단지의 저가 매물을 선점하려는 매수 문의는 꾸준한 편이고,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한 단지들은 높은 호가에도 간간이 거래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부동산 규제책 시행을 앞두고 주택 가격과 거래의 온도 차가 큰 현상을 두고 ‘규제의 역설’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아직 서울 주택에 대한 소유 심리가 강한데, 가격 규제책을 내놓으니 역작용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부동산 규제로 주택 매매 거래는 뜸하지만,일부 매매된 거래가격이 전체 집값의 흐름을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와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맞물리면서 주택 구매심리가 서울 주택시장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며 “정부 잇단 규제 속에서도 서울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