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이 있었던 8월 통화정책방향(통방)에서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 조정 여부 앞에 ‘추가’라는 말이 삽입된 것이다.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라는 문구는 기준금리 인상기였던 2017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통방문구에 존재했었다. 이 기간 중 2018년 10월 통방에서만 ‘추가’라는 말을 쏙 빼 다음번 금통위에서 금리조정이 있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실제 그해 11월 금리인상이 단행됐다. 결국 이를 복기해보면 다음번 금통위가 있는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시사했었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셈이다.
유의사항에 ‘자본유출입’을 새롭게 적시한 것도 이같은 진단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자료에서는 ‘이 과정에서 미·중 무역협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자본유출입 등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8월 통방에는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 볼 것’이라고 썼었다.
통화정책 여력 문제가 불거졌던 8월 금통위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것을 실효하한으로 보느냐, 예를 들면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러한 점을 실효하한으로 볼지, 아니면 한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 우려하는 자본유출, 그것을 촉발하는 것을 실효하한으로 봐야 될 지에 따라 실효하한은 추정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자본유출입’을 언급한 것은 실효하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앞서 ‘향후 통화신용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기조를 유지’라고 밝힘에 따라 추후 인하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8월 통방에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해보면, 성장세 회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간 관리물가와 구조적요인 때문에 물가가 낮아졌다며, 이같은 요인으로 떨어진 소비자물가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는 데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이밖에도 한은은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시 대응하는 등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한편 한은은 16일 10월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