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존 주택도 가격이 많이 올라 내 집 장만하는데 애를 먹는 젊은층도 적지 않다. 그래서 서울보다 좀 더 싼 지역을 찾아 나서는 탈(脫)서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8586건 중 30대의 아파트 매수 건수는 2608건으로 전체 거래의 30.3%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한 채를 30대가 샀다는 의미다. 지난 6월 1000건을 넘어선 30대 구매 건수는 7월에 두 배로 가장 크게 늘었다.
30대의 아파트 구매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올 들어 지난 8월이 처음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낮은 청약가점으로는 더이상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힘들어진 30대들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공급 자체가 줄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당첨가점까지 높아지면서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젊은층이 매매시장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연일 오르는 것도 30·40대의 조바심을 자극한다. 지난 한 해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3.56%(KB부동산 통계) 올랐다. 지난 2006년 1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도 지난달 8억7272만 원을 기록하며 9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유예한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나섰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15주 연속 뛰고 있다.
치솟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탈(脫)서울’의 결정적인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30대는 모두 7667명이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긴 전체 인구의 26%다. 40대(4481명)까지 합하면 41%(1만2148명)로 비중이 늘어난다.
30·40대의 탈서울은 사실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인구는 13만5365명이다. 이는 서울의 순유출(전출자-전입자) 인구인 11만230명보다 많은 수치다.
서울의 순유출 인구 중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3%(6만8980명)에 달한다.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젊은층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새 서울 집값이 많이 올라 젊은층의 소득 수준으로는 내 집 장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도 분양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새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청약가점제 점수 분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