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놓고 환경시민단체들이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27일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이 정부가 표명한 '녹색성장'과 다르게 온실가스 감축대책이나 국제 추세와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나 747 정책 등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취임 6개월만에 환경정책 등을 갑작스럽게 제시한 배경과 관련, 촛불시위와 고유가 등으로 인한 국정 난맥을 저탄소 녹색성장 카드로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녹색 세탁'(?)
저탄소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녹색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탄소배출권 시장과 같은 그린 마켓이 큰 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은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안항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특히 저탄소 사회의 핵심 정책인 에너지 수요 관리와 에너지효율향상 등에 대한 내용은 배제돼 있다는 것.
예컨대 독일이나 일본 등은 이산화탄소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잡고 있는데 반해 한국 정부는 2005년 대비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대 19%에서 11%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에너지온실가스 감축은 고사하고 정부는 증가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며 "에너지효율 역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수요전망
환경시민단체들은 '저탄소 녹색성장'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부터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방향에 따라 전력수급계획, 가스수급계획 등의 정부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밝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0기 안팎을 신설해 현재 26%인 원전 비중을 최대 41%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저탄소 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것.
정부는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는데다 석유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지구온난화 대응에도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원자력 폐기물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당장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과거 경험으로 볼때 신규 원전 건설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이는 정부가 언제까지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과도한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체질 전환을 외면한 채 정부가 에너지 공급 위주로 원자력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발상은 진정한 '녹색성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체계 개편도 시급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는 1인당 GDP가 2~3배인 나라들보다 많거나 같은 수준이다.
이는 잘못된 전력정책이 전력소비를 부추긴데 따른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전력소비가 높은 것은 주로 산업부문의 낭비와 이를 부추긴 교차보조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차보조란 용도별 전력요금을 달리 해서 비싼 요금이 책정된 특정 용도 전력판매의 초과수입분을 다른 용도의 가격보조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h당 전력 판매단가는 평균 77.85원이었지만 주택용은 114.31원, 주로 상업용인 일반용은 97.68원으로 평균보다 비쌌다. 특히 산업용은 64.56원, 농사용 42.45원, 심야전력 요금과 산업용·상업용 경부하요금은 38.93원에 불과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러한 가격왜곡을 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한이 제시되 있지 않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심야전력 폐지 등은 향후 5년 내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정답'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당초 1차 에너지 대비 9%로 잡았다가 11%로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치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 실제로 유럽은 2020년까지 총에너지 대비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조차 2030년까지 20%를 확보한다는 계획아래 여러 가지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2007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4%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75%가량을 차지하는 폐기물을 제외할 경우 0.6%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기술투자와 자금지원 등 어떻게 시장기반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이 빈약하다"며 "그래서인지 재생에너지별 목표 비중의 정확한 수치와 이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의 성장률은 세계적으로 매년 20∼30%에 이르고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크다"며 " '녹색 성장'의 구호에 가장 걸맞은 것이 재생가능에너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저탄소 사회는 신재생 에너지나 그린카, 그린 홈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라며 "에너지와 생산 및 유통, 소비, 개인 생활 방식에 대한 문제 등을 비롯해 제도적인 측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현재의 산업구조 사회시스템으로 봤을 때 절대 빨리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성과주의 사고에서 이번 임기 안에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