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VS 와인 '엇갈린 희비'

입력 2019-11-07 16:18 수정 2019-11-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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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주 선호 현상에 국내 위스키 시장 10년새 반토막ㆍ대중화 성공한 와인은 10년간 45% 확대

대표적인 수입 주류인 위스키와 와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폭음을 지양하는 대신 저도주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위스키 소비가 감소한 반면, 가격을 낮추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 와인 소비는 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두 주종의 시장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어 수입 주류 시장의 '패권'이 와인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일 위스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출고량은 149만 상자(1상자 500㎖×18병)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8년 284만 상자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위스키의 추락 원인은 △김영란법 시행 △주 52시간제도 도입 △직장인 회식 감소 △저도주 선호 문화 △혼술족 증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사회 분위기와 선호도 변화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와인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판매량은 478만 상자(1상자 750㎖×12병)를 기록했다. 2008년 판매량인 330만 상자에 비해 10년만에 45%가량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일시적으로 감소하는가 싶던 와인 시장은 이후 꾸준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대기업이 직접 와인 유통ㆍ수입에 뛰어들며 물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와인 대중화로 이어진데 따른 것이다.

업계가 변화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점도 와인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부터 매출기준 업계 1위에 올라선 신세계 L&B의 경우 △혼술족을 겨냥한 소용량 와인 출시 △저도주 발굴 △주류전문점(와인앤모어) 출점 등으로 와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오륜 유로모니터 식음료부문 선임 연구원은 "최근 대기업 계열 주류 업체들이 대형마트나 창고형 매장에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해 유럽에서 식사 시 가볍게 마시는 3유로(약 4000원) 이내의 테이블 와인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와인 가격이 많이 내렸다"며 "과거엔 와인이 특별한 이벤트를 위한 주류였다면 이제는 일반 가정에서 식사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술로 용도가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쪼그라든 위스키 업체들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올해 초 '임페리얼' 영업권과 판권을 매각했고 희망퇴직을 통해 정규직 직원 수를 줄였다.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컬 위스키 대신 '로얄살루트'ㆍ'발렌타인' 등 프리미엄 인터내셔널 위스키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내년 6월 경기도 이천 공장 가동을 멈춘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수출용 스미노프(보드카)와 군납용 윈저(위스키) 등을 생산했다. 회사 측은 "환율이나 가동률이 제품 원가에 영향을 끼쳐 효율성 차원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침체한 위스키 시장에서도 '고급'으로 분류되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저도주 위스키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나만을 위한 '가심비'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 덕분에 싱글몰트 위스키는 10년 사이 판매량이 2배(34만ℓ→68만ℓ) 증가했다. 저도주 위스키 역시 웰빙을 중시하는 음주 문화에 힘입어 지난해 73만 상자가 판매됐는데 이는 2012년 판매량(4000상자)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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