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금융산업 가치관을 바꿀 ‘데이터 3법’ 국회 통과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을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경제 대국은 이미 데이터 기반 경제로 속속 전환했다. 한국은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과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은행권, 고객 신용위험 평과 모델 고도화 =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3법은 개인과 기업이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고객의 소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산업 구분 없이 공유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 이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초개인화’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먼저, 은행권에서는 개인 맞춤형 마케팅부터 신용 위험관리까지 가능해진다.
미국 웰스파고는 빅데이터 전문업체와 협업해 지점과 콜센터, 창구직원, 이메일 등 각종 정보를 분석해 고객 이탈 확률과 추가 상품 가입확률 등을 파악한다. 씨티은행은 IBM 인공지능 ‘왓슨’ 시스템을 신용평가 모델과 연계해 연체 여부와 기간, 거래내역, 패턴 분석 등 고객 계좌 심층 분석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저신용자 대출 심사 정확도를 올린다. 중국 마이뱅크와 위뱅크는 통신·온라인쇼핑 정보를 활용해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단순 고객 패턴을 분석한 금융상품 제공 수준에 그친다. 이에 은행권은 앞으로 신용도 평가와 위험관리 중심으로 상품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보험, 성장 정체 돌파를 위한 적극적 빅데이터 활용 기대 = 보험업계는 어느 금융업권보다 빅데이터 활용 범위가 넓다. 최근 성장 정체에 빠진 보험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험 평가 능력을 높여 요율 산출 고도화를 꾀하고, 새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 빅데이터 분석 회사는 수백만 명의 처방전 기록과 사망기록을 확보해 사망률 분석을 거쳐 이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개인 건강보험 정보와 약국, 정보 거래소를 통해 의약품 처방 내용, 담당 의사, 의약품 구매처 등 세부 정보까지 수집해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냈다. 이를 받은 보험사는 인수심사 방법을 개선했고, 곧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또 미국의 한 생명보험사는 개인 신용정보 분석을 통해 사망률 추정을 고도화해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산업이 법 통과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국내 보험사도 외국 사례와 같은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 보험업계 모범 사례로는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ICPS·ICIS)이 꼽힌다. 보험개발원이 개발해 신용정보원으로 이관한 이 시스템은 업권별 가입 내용을 통합 제공해 예측 서비스 품질을 향상했다. 다만, 외국과 달리 국내 빅데이터 활용은 법률 제약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영업과 마케팅에 그치고 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빅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외부 협력안을 모색하고 인수심사 개선과 위험 관리 강화 등 보험 본질에 충실한 부분에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초개인화’ 마케팅·신용평가업 진출길 열린다 = 신용카드사는 고객 결제정보라는 양질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시장 세분화를 넘어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이 가능해지는데,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정보는 마케팅부터 신용평가업, 컨설팅 업무까지 활용도가 높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산업 추진과 함께 신용카드사가 빅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를 부수 업무로 명확화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카드사 부수 업무는 금융위 신고사항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데이터 공유를 통한 개인 신용평가 체계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할 계획인데 카드사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전업 카드사 모두 신용평가업 진출을 준비 중이며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 해외법인을 시작으로 전 해외법인을 통한 신용평가업 추진을 선언했다.
아울러 개인 맞춤 카드 등 개인화 마케팅도 가능해진다.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위치기반 SNS와 제휴해 고객 성향 파악 후 위치 정보를 토대로 한 실시간 고객 맞춤 마케팅을 진행한다. 마스터카드는 결제데이터를 기업체와 중소상공인에게 판매하거나 사업 컨설팅 재원으로 활용 중이다. 국내 카드사도 빅데이터 인력을 충원해 보유 중이므로 법안 통과 직후 유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