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 집주인들 사이에선 ‘이제야 일산 아파트가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일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4% 올랐다. 37주 만의 상승세 전환이다. 2월 중순부터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은 제자리걸음 하거나 뒷걸음질 칠 뿐 한 주도 위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11월 기준 올해 3.3㎡당 일산의 평균 아파트값은 1249만 원으로 2006년 수준(1361만 원)에도 못 미친다.
그러던 일산 집값에 변화를 이끄는 지역은 일산·마두동 등이다. 지난달 4억3500만 원에 매매됐던 일산동 후곡9단지 LG롯데 아파트 전용면적 84.63㎡형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최근 4억8000만 원까지 올랐다.
마두동 백마4단지 한양·청구아파트 전용 101㎡형의 호가도 5억1000만 원까지 뛰었다. 지난달 중순 이 아파트는 4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일산동 T공인중개사 대표는 “학군이나 교통이 좋은 지역부터 집값이 오르고 주변으로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집값을 끌어올린 가장 큰 호재는 6일 정부가 발표한 조정대상지역 해제다. 덕은·킨텍스1단계 도시개발지구, 고양관광문화단지를 제외한 고양시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렸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갭투자’ 등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사라지는 셈이다.
일산동 C공인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전후해서 소형 평수 아파트는 3000만 원, 대형 평수는 5000만 원 정도 호가가 올랐다”고 전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예상한 일부 투자자는 지난달 초부터 매물 선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 부동산업계에선 전문 투자자들이 매물을 쓸어 담는 바람에 실수요자 매매가 잠겨버렸다고 볼멘소리까지 한다.
오랫동안 부진에 빠져 있었던 집값이 상향 조정되는 ‘갭 메우기’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일산 집값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들이 하나둘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 해소가 대표적이다.
고양시에선 올해 일산신도시와 덕양구를 합해 신축 아파트 1만3624가구가 쏟아졌다.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맥을 못 췄다. 그러다 4분기 들어 입주가 끝나가면서 집값 하락도 멈췄다.
대곡소사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의 개통도 일산 집값에 호재다. 이들 노선이 지나는 일산역 인근 지역이 최근 집값 상승을 이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로의 불편한 연결성은 오랫동안 일산 집값 상승을 막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앞으로 일산신도시 집값은 계속 오를 수 있을까?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그렇다’는 쪽이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일산 주택시장에선 매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내놨던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장항동 K공인 대표는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왔다. 서울 인근에서 일산 정도 주거 환경을 갖췄으면서도 집값이 이렇게 저렴한 곳이 없다. 이제는 (집값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집주인 가운데선 ‘10년을 기다려 왔는데 조금 더 못 기다리겠나. 10년 전 전고점 수준은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산신도시를 둘러싼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로 개발될 창릉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일산신도시와 12㎞ 떨어진 고양 덕양구 창릉동 일대에 3만8000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지으려 한다.
창릉신도시가 조성되면 일산의 집값 상승이 억제되고 서울로의 출퇴근도 더 불편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일산 집값 상승은 그동안 지나치게 떨어진 하락폭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창릉신도시 등을 둘러싼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장기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