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담뱃값 인상을 하루 앞두고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500억 원대의 담뱃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한국법인에 검찰이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BAT코리아에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BAT코리아의 전직 대표이사 외국인 A 씨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구형이 이뤄지지 못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생산물류총괄 전무 B 씨와 물류담당 이사 C 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벌금 503억4372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담뱃세 포탈 범행이 무엇보다 뚜렷하고 증거가 충분하다”며 “최근에는 조세심판원의 과세 불복 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는데도 아무런 반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A 씨는 여러 증거에 의해 실제로 범행을 지시한 사람인데도 외국인 신분으로 출국한 후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재판에도 불출석했다”며 “대한민국 법률과 재판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변호인은 “여전히 정당한 (담배) 반출이라고 생각하고, 억울하다”며 “과거에 해오던 것을 그대로 한 것뿐인데 처벌까지 받는다면 이것은 굉장히 부당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조세포탈의 실행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고시에 따라 104% 범위에서 반출하기 위해 과거처럼 해오던 것으로 조세포탈의 범위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BAT코리아 측은 최후변론에서 “BAT그룹은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국내법을 준수하는 것”이라며 “다른 회사처럼 외부 창고에 제품을 이동해 쉽게 반출할 수 있었으나 내부 프로세스대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A 씨 등은 2014년 12월 31일 담배 2463만 갑을 경남 사천에 있는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이동시킨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담배 관련 납세의무가 ‘제조장에서 반출한 때’ 성립한다고 봤다. 이들이 세금 인상 전 담배가 반출된 것처럼 꾸민 이유가 담뱃값 인상 전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기 위한 탈세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조세포탈 액수는 개별소비세 146억 원, 담배소비세 248억 원, 지방교육세 109억 원 등 총 50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