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터넷에서 부터 퍼지기 시작한‘9월 위기설’. 9월 들어 하나의‘설’이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트렸다. 외환위기로 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그 충격은 이미 크게 다가왔다.
주식시장의 경우 지난 5월 첫 거래일(5월2일)종가는 1859포인트였으나 4일 주식시장 종가는 1426포인트로 무려 433포인트가 허공에 날라 갔다. 외환시장의 경우 5월 2일 종가 1009.60원이었으나 지난 3일 1148.5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지난 5월부터 금융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했지만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9월 첫 날부터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대응에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실체없는 위기설 하나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은 4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9월 위기설과 관련 금감원과 금융위에서 철저하게 조치해 달라”며“시장에 근거 없는 이야기로 불안심리가 늘고 있는데 대해 의문이 제기될 때 즉각 사실을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관계자는“기획재정부가 ‘9월 위기설’과 관련 금융위와 금감원에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것처럼 비춰지는 발언”이라며“‘9월 위기설’과 관련된 책임소재는 기획재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9월 위기설’의 핵심은 외화채권이 만기가 9월에 집중된 것에서 시작된다”며 “문제의 본질은 외환”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학계와 금융계에서 공통된 의견이다.
한 경제학 교수는“환율과 관련 강장관의 실책으로 불안이 시작된데다 9월에 외화채권 만기가 집중되면서 위기설이 시작된 것이고 실제로 외화 보유고가 급속하게 줄면서 ‘설’이 힘을 발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시장 관계자도“금융위가 수차례 ‘9월 위기설’과 관련 언론을 통한 대응에 나섰지만 외환과 관련된 문제에 국내금융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이야기하니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금융시장과 관련된 정책과 감독기능이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나설 문제가 아니고 외환 관련 책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나서야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외환과 환율 정책은 기획재정부의 외화자금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6월 12일 이창용부위원장이 은행권 간담회 자리에서와 같은 달 18일 금융투자업계 간담회를 통해 위기설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또 7월 15일에는 ‘하반기 국내 금융시장ㆍ산업 상황 점검을 위한 금융위/금감원 합동 워크숍’에서 다시 한 번 다뤘다.
그리고 이틀 뒤인 17일에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8월 9일에는 임승태 사무처장이 기자실에 내려와 위기설과 관련된 시장 상황과 향후 대응방안을 설명한바 있으며 25일에는 전광우 위원장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외환 책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대응도 없었다. 그러다 이 달 2일 강만수 장관은 오후 늦게 기자실에 내려와 “쇠고시 파동과 같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라며 근거 없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김동수 제1차관보도 “정부 대응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말라”며 위기설에 대응 했으며 다음 날 3일 신제윤 차관보가 일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 9월 위기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작 나서야 할 기재부가 이미 시장에 충격이 오고 나서 뒤늦게 대응에 나서면 뭐하겠냐”며 “실제로 외환 담당 부처인 기재부가 나서고 난 4일 시장이 안정되는 것을 보면 이번 위기설과 관련된 책임 부서가 어디인지 시장이 지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