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부품기업을 비롯한 국내 원전 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원전 수출 세계 1위인 러시아 국영기업과 손을 잡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12일 ‘민관합동 원전 수출 무역사절단’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절단은 산업부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원전수출산업협회, 두산중공업, 현대일렉트릭과 원전 기자재 관련 19개 중소·중견기업 등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번 러시아 방문은 산업부가 9월 발표한 ‘원전 전주기 수출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지난달 체코와 이달 초 폴란드에 이어 세 번째 동유럽·러시아 지역 무역사절단이다.
사절단은 우선 현지 원전산업을 총괄하는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과 양국 원전 협력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신희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과 키릴 로마노프 로사톰 수석부회장은 11일 고위급 협의를 열고 수출정책 상호 공유 및 해외 사업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로사톰은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기업이자 세계 최대 원전 건설사다. 현재 중국, 인도, 터키, 이란 등 12개국에서 3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으며 또 50여 개국에서 원전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수주액만 놓고 봐도 1335억 달러(약 159조5000억 원)에 달한다.
신 정책관은 협의에서 양국 업계 간 실질적 협력 논의를 위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정례 협력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으며, 이에 따라 양측은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고위급 협의는 그간 연구개발 협력 중심으로 진행된 한·러 원자력 협력 논의를 건설·운영 분야 업계 간 협력으로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세계 원전 시장을 중국과 양분하고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 국내 중소 원전 부품 기업이 러시아가 수주한 원전 건설에 함께 참여해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같은 날 산업부와 로사톰이 공동 주관한 ‘한-러 원전협력 세미나’와 ‘한-러 원전협력의 밤’도 열렸다.
한·러 원전협력 세미나에서는 참여한 양국 기업 간 100여 건의 사업협력 상담이 진행됐으며, 원전수출협회와 러시아 상공회의소가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 국장은 원전협력의 밤 축사에서 “대규모 해외원전 사업을 진행 중인 러시아에 탄탄한 공급망과 유럽·미국 설계인증이 대변하는 안전성·기술력을 가진 한국 원전산업계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한국 원전업계의 러시아 해외사업 공급망 참여, 나아가 양국 업계 간 글로벌 공급망 연계를 통한 양국 산업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