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아세안(ASEAN) 시장의 공략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생산공장 건설 결정에 따라 최적의 부품 공급 통로를 찾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인근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최근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에 따라 부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선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에 2021년까지 연산 15만 대 수준의 완성차 공장을 세우고 소형 SUV와 다목적 MPV, 아세안 전략형 전기차 등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30년까지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 포함 약 15억5000만 달러(1조7000억 원)가 투입돼 향후 최대 25만 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통상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가 해외에 진출하면 국내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투자안이 발표된 지 초반이어서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직접 진출을 결정한 곳은 없다.
다만, 현지 공장 설립과 인근 공장에서 공급하는 방안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인지 계산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대차에 자동차 시트 등을 공급하는 코오롱글로텍은 직접 진출 등 인도네시아 공장에 대한 부품 공급 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공장을 새로 건설할지 등에 대해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CC와 한화첨단소재는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인근 공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KCC 관계자는 “아직은 (인도네시아 진출 계획은)없다”며 “일단은 주위에 공장들이 있어서 그쪽에서 납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공장 계획이 발표된 지 초기라 부품 업체들이 아직 경제성을 따지고 있는 중”이라며 “인근 공장에서 우선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이 매력적이어서 수지 타산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도네시아에는 아직까지 부품업체가 많이 따라가진 않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지부품 조달은 상당부분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준공되면 아세안 지역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며, 호주,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결국 무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부품 현지조달이 필수인 셈이다.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종합상사 역시 차량 판매의 전략 수정에 나섰다. 현대차가 직접 진출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현대차를 판매하던 현대종합상사는 차량을 들여오던 통로를 바꿀 예정이다.
그동안은 울산공장 등에서 생산한 차량을 들여왔지만,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울산 대신 이곳에서 생산된 차량을 가지고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물류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요 파악을 통한 재고 대응이 빠르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 차를 판매할 때 울산공장에서 들여왔지만, 인도네시아 공장이 세워지면 활용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