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최연소', '역대 최대인원 승진', '제철소 출신 최초 발탁'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연말인사에서 두드러진 여성 임원들의 승진 키워드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기업들이 조직슬림화 등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도 여성들이 주요 경영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유능하면서도 섬세함이 부각되는 여성 임원들을 대거 발탁해 역동적인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20일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 제철소에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선임했다.
김희(52) 철강생산기획그룹장은 1967년생으로 홍익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포스코에 입사해 2007년부터 광양제철소 생산관제과장을 지냈다. 이후 엔지니어 출신으로 여성 첫 공장장을 지낸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포스코는 “성과주의와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 실질·실행·실리 등 3실 중심의 혁신 마인드를 갖춘 기업시민형 인재를 중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LG는 85년생 최연소 여성 임원을 승진시키며 주목받았다.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는 34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또 오휘마케팅부문장 임이란 상무(81년생), LG전자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80년생) 등 3명의 30대 여성 신규 임원 승진자가 탄생했다.
LG 관계자는 “사업 리더에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도 여성 임원을 역대 최대인 7명을 신규 선임했다.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가 27명까지 확대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인사는 주요 CEO 교체나 임원 규모 등에서 안정적 기조 유지 아래 신성장 관련 임원 및 여성 임원 규모는 확대했다”면서 “올해 도입된 새로운 임원제도로 젊고 혁신적인 임원들이 대거 주요 보직으로 전진 배치되고, 연공과 직급의 벽이 사라지고 임원의 적재적소 배치가 쉬워졌을 뿐 아니라 세대교체의 실질적인 속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코오롱미래기술원의 조은정 이사가 상무보로 승진해 2010년 이후로 여성 임원의 승진이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0여 년 동안 대졸 공채 시 여성 인력을 30% 이상 지속적으로 뽑고 있으며 여성 멘토링 제도 운영 등 여성 리더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기업들은 세계적인 저성장 경제 기조의 장기화에도 여성 신규 임원 승진이 두드러졌다”면서 “능력이 검증된 주요 여성 인재들을 승진시킴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는 한편, 철저한 성과주의로 내실화를 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