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비해 ‘비례대표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여당의 고심이 깊어졌다. 전날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비례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당이 거의 반 쓸어간다’는 문자 메시지가 돌면서 위기감이 급습했다. ‘비례민주당’이 없다는 전제하에 ‘비례한국당’이 만들어질 경우 비례한국당은 30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자료’에 따르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의석수(capㆍ캡)를 30석으로 한정하는 조건 등을 토대로 한 각 정당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포함됐다. 김 의원은 이 문건이 민주당발이라고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 정의당의 가상 지역구 당선의석은 120석, 105석, 0∼2석으로, 정당득표율은 40%, 35%, 10%로 지정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은 120석, 한국당은 105석을 각각 획득하며, 한국당 정당득표율을 적용할 경우 비례한국당은 30석을 가져간다. 이 외 우리공화당은 7석, 새보수당은 10석, 정의당은 8∼11석을 각각 얻는다. 비례대표 의석수만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에는 한 석도 배정이 안 되는 셈이다.
반면 비례한국당은 30석, 우리공화당은 7석, 새보수당은 5석, 정의당은 8∼9석을 각각 얻는다. 결국 한국당을 포함한 범보수 진영이 총 152석의 과반을 얻는다는 계산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맞불 성격으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민주당도 자유한국당처럼 위성정당을 안 만들 수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도 비례민주당 창당을 검토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양당제의 그 모순을 다시 한번 국민에게 노정하는 것”이라며 “군소정당이 비례로 진출을 해야 되는데, 비례민주당 등이 만들어지면 정의당이나 제가 속해 있는 대안신당 같은 경우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 + 대안신당)는 의석수를 현행(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대로 유지하되 연동률은 50%만 적용되고, 이번 총선에 한해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적용할 것을 합의했다. 비례민주당이 만들어진다면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의석수 확보를 위해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과반 의석까지 갈 수 있단 시뮬레이션 결과가 당 내부에 돈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비례민주당 창당을 검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 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치적 역풍이 명확한 ‘꼼수’인데 어떻게 여당이 실제로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비례한국당이라는 꼼수를 그만두고 정치개혁에 동참하라”면서 “자유한국당이 정치개혁의 결실이 목전에 다가오자 선거법 협상은 외면한 채 ‘가짜 정당’까지 동원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혜택만 가로채겠다는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반면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전날 필리버스터에서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어서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을 다 보내 (기호) 2번을 만들 것”이라면서 “연동형 비례제는 베네수엘라ㆍ알바니아ㆍ레소토 등 일부 독재국가에 도입됐다가 폐지된 후진적 선거제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