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에르그 우트케(Joerg Wuttke)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의 구매 약속은 미국이 자국에서 무엇을 사야 할지 중국에 알려주는 ‘관리무역’이나 다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그는 “이번 합의에 따라 중국은 브라질산 대두, 호주 및 카타르산 원유, 유럽산 항공기 등의 매입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은 시장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필 호건(Phil Hogan) 유럽연합(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역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미·중 무역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약간 불완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통상적인 합의 틀에서 벗어나 양자 간에 직접적으로 합의를 진행해왔다”며 “이것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이번 1단계 무역 협상에서 향후 2년간 2017년에 대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및 에너지를 추가로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서비스 분야에서 379억 달러, 공산품이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등이다. 문제는 이 물량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생길 만큼 엄청난 규모라는 점이다. 앞서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명시된 구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미국산 제품을 사들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미국산 물량을 구매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에 따라 유럽과 같은 기존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미국으로부터의 구매를 대폭 늘리는 대신, 자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상당 폭 줄이지는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다른 교역 파트너의 이 같은 우려를 달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15일 서명식에서 “이번 합의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 외교부 역시 전날 특별히 EU 외교관들을 위해 무역 합의와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