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전 아파트 경매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잡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법원 경매 입찰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 아파트 법원 경매 낙찰가율은 106.3%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치로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99.5%)을 크게 웃돌았다. 대전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선 건 이미 3개월째다. 17년 전인 2003년 5개월 연속 100%를 넘어선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응찰자가 무려 43명이 몰린 중구 중촌동 주공아파트(전용면적 48.6㎡)는 감정가 1억7700만 원이었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약 1억 원이 더 얹어진 2억8140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59%였다. 5500만 원에 감정가가 책정된 서구 도마동 도마아파트(전용 46.7㎡)도 6838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124%. 그 외 △서구 둔산동 목련아파트(전용 101.8㎡) 7억4292만 원, 낙찰가율 124% △서구 탄방동 한가람(59.8㎡) 2억6350만 원, 124% △서구 관저동 관저리슈빌(124.6㎡) 4억2189만 원, 122%를 기록했다. 둔산동 목련아파트의 경우 감정가와 낙찰가 차액이 1억4000만 원을 넘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선다는 것은 입찰자가 감정가보다 더 많은 웃돈을 얹어 아파트 물건을 사들였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 상승장에선 경매 아파트 몸값이 덩달아 커지기 마련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경매시장에 그대로 옮겨붙고 있다는 게 지지옥션 측 분석이다.
지난해 대전 아파트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8.07% 올랐다. 전국 최고치다. 상반기엔 0.87% 오르는 데 그쳤으나 하반기 들어 무려 7.13%나 뛰었다. 지방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로 지방 5대 광역시인 부산(-2.74%)ㆍ대구(-0.09%)ㆍ광주(-0.43%)ㆍ울산(-3.67%)이 모두 내리막길을 걸은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시장에 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대전은 지난해에도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0% 이상을 지키며 활황을 보였는데 연말 이후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 풍부한 유동자금 등이 경매시장을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대전 아파트 경매시장이 더 과열된 건 집값 상승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는 데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의 몸값이 시세를 크게 밑돈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경매 물건 감정가엔 시장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반영된다. 하지만 주변 개발 호재나 시세 상승폭 등을 100% 반영하기 어려워 감정가가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상승장에선 정상적으로 감정평가를 한다고 해도 저평가로 취급받기 십상”이라며 “대전은 다양한 이유로 최근 집값이 많이 뛰면서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게 낙찰가율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주택시장이 상승세에 있지만 묻지마 경매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 연구원은 “감정과 경매 시점이 최소 3~4개월가량 차이가 나 그 사이 집값이 오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감정가 대비 100% 이상으로 낙찰받으면 굳이 경매를 택한 투자 실익이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며 “경매 법정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식’ 응찰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