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체결해야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46원을 돌파해 2010년 6월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말 종가 1213.7원과 비교하면 보름여 사이 30원(2.5%) 넘게 급등한 것이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는 사실상 씨가 마르고 있다. 외환(FX)스와프 1년물은 마이너스(-)27원50전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스와프(CRS) 3년물도 -0.515%에 호가돼 역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FX스와프와 통화스와프가 마이너스 폭을 확대한다는 것은 외화자금시장에서 원화보다 달러화를 찾는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는 의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일부 네고(달러매도) 물량과 외환당국 미세조정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원·달러가 계속 오르는 분위기”라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물량도 상당하다. 원·달러 1220원 선부터 실제 역송금 물량도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닮아가는 모습으로 신용공급 사이클이 위축되고 있다. 실제 스와프시장에서 달러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 선호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미 통화스와프 등 극적인 재료가 없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원·달러는 1275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이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많지만 상황 자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실물시장 침체가 금융시장으로 그리고 외환시장으로 전이되는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고 봤다.
이어 그는 “세계적 상황이라 대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다만, 대출 확대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부실대출을 막고, 수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켜 외환시장을 안정시킨 바 있다. 지금이 그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한국은행, 필요하다면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