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기 의식이 높아졌다.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실물경제까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보가 빨라졌다.
특히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은행들은 자구 노력 없이 정부의 지원만 바라는‘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 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은행 관계자들은 "리먼 사태 발생 전에 나섰어야 했다"며“지금은 팔고 싶어도 팔리지도 않고 외화를 끌고 올 때도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6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은행에서 과도하게 외화를 보유하지 말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물량을 과도하게 확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외화증권이나 해외자산 등 조기에 매각할 수 있는 건 매각하는 자구노력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도“외환위기 때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 외화유동성 확보 등과 관련 급격한 자금회수, 수출금융 축소 등과 같은 단기적 이윤 추구 행태보다는 장기적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매입외환 축소는 국내 기업의 수출 업무에 차질을 가져와 장기적으로 외화 유동성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은행들이 매입외환 축소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외화 유치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은 시장원리를 내세워 공적인 측면은 지양하고 자금 회수등 밥그릇 챙기기에 우선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켜 도산에 이르고 경기침체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불러오게 된다. 은행들이 수출기업에 수출금융을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정부에서 은행장을 불러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나서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6월말 현재 외화자산은 165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6%정도이며 이 가운데 외화증권은 18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화자산 310억9600만달러이며 하나은행은 156억5000만달러, 신한은행은 220억 달러의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은행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화증권 처분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왔다”며 “이밖에 추가적으로 처분할 것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 역시“현재 보유 중인 외화 유가증권 중 매각이 가능한 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은행관계자는“부동산등 자산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너무 싼 가격에 내놓으면 은행의 신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움직임이 늦은감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