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의 곳간 열쇠를 쥐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대주주인 KT는 법 개정과 관계없이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한 우회 증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KT로부터 케이뱅크의 지분을 넘겨받아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BC카드는 이달 초 케이뱅크의 594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4%를 확보한 후 최대 주주에 오를 계획을 세웠다.
전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 행위' 전력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돼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플랜 B'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직접투자→자회사 통한 투자'로 방향을 전환한 만큼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KT만을 위한 법으로 불렸지만, 국회의 시간 끌기로 결국 인터넷은행 후발주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주요 주주 간 지분 정리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이슈로 지분을 넘겨받을 수 없게 되자, 자회사인 한투밸류자산운용이 해당 지분을 양도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금융당국 승인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 18일 BC카드의 유상증자 주금납입이 완료되면 케이뱅크의 1년간 이어진 개점 휴업도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0.9%로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10.5%)을 간신히 웃돈다. 이달에는 10%, 다음 달에는 9% 초반대까지 밀려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도 바닥이다. 2018년 797억 원 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08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1호 인터넷은행' 동기인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자금수혈을 받게 되면 자본금은 1조1000억 원으로 늘고, BIS 비율은 현재의 두 배 이상(20∼30%대)으로 뛴다. 대출 영업 재개를 통해 실적 개선도 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