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를 줄이기 위해 시행된 공시대리인제도가 1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시 위반 추세는 여전하지만 공시대리인 제도를 채택한 회사는 겨우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49건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의 같은 기간(50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닥시장 내 불성실공시는 2018년부터 매년 증가세다. 2016년 72건 수준에서 2017년 소폭 줄어들었다가, 2018년 101건으로 훌쩍 뛴 후 지난해 119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코스닥 공시 건전화를 위한 대책들을 마련했다. 이 중 하나인 공시인대리제도는 법무ㆍ회계ㆍ컨설팅법인 등 외부전문기관에 공시 업무 대리를 맡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외국회사에만 허용됐지만 신규 상장한 지 3년 이하거나 중소기업인 코스닥 상장사까지 확대 적용됐다.
하지만 공시대리인 채택에 나서는 기업이 없어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거래소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공시대리인을 선임한 상장사는 현재까지 3곳뿐이다.
공시대리인 선임 비용 부담이 제도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코스닥 상장사 입장서 기존 공시담당자에 더해 공시대리인을 따로 선임하는 것 자체가 비용을 이중 부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들 입장서 비용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대리인을 지정해도 담당자를 완전히 없애긴 힘드니 중복 비용이 투입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까지 더해져 채택 회사가 많지 않다”며 “경기가 개선되고 투자 여력이 생기는 기업들이 계속 나오면 제도 이용 여지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상장사들의 자체적인 공시 역량 강화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해 지원이 필요한 중소 상장기업 30곳을 대상으로 맞춤형 공시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문컨설팅을 내달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지난 26일부터 컨설팅 용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진행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기업의 공시체계 수준을 점검하고 취약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이라며 “상장사가 선제적으로 공시역량을 강화하고 투자자에게 중요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