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공시’로 일관했던 상장사들이 최근 적극적인 정보 공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주가로 직결되는 동시에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투자가 활성화된 영향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코스피 상장사 211사가 기업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11사) 증가했다. 다만 보여주기식 나열에 불과했던 지난해와 달리 구체적인 운영방침이나 회사별 특이사항을 밝히며 적극적인 정보 공개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전자투표 도입 등 주주총회 정보 △이사회 전문성 및 독립성 △주주제안 내역 △배당 현황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내부회계 및 준법경영제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 시한은 사업보고서 제출 후 2개월 이내다.
올해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꼼꼼한 정보 공개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ESG 펀드 출시가 본격화되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지배구조는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자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로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킨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 상황에서도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평균적으로 주가수익률 하락폭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도경영위원회’ 발족이 예정돼 있고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것”이라며 회사 사정을 알렸다. 삼성SDI는 ”외국인 주주를 위한 영문 홈페이지를 운영해 재무현황ㆍ감사보고서ㆍ신용등급현황 등을 게재 중”이라고, CJ는 “주주들이 주주제안을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당 절차를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고 재경팀에서 담당한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꽃’은 당사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다양한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응원하는 핵심 캠페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사외이사진들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당사가 투자한 곡물터미널법인 사업현황을 점검했다”며 특이사항을 적기도 했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ESG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은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 기준 ESG 전용 공시 보고서를 작성하는 종목들의 비중이 최근 80%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정보가 부족할 경우 평가 점수가 낮아진 영향인데, 국내에서도 연도별 지속가능 보고서 발간이 최근 연간 130종목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