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외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대체자산 펀드에 신규 투자자금 유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체투자(부동산ㆍ특별자산ㆍ혼합자산)와 관련한 국내 공모 및 사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 11일 기준 24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0조3000억 원(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이 60조 원 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월평균 증가액은 전년 대비 약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2015년에는 77조6000억 원(이하 연말 기준), 2016년 99조4000억 원, 2017년 130조1000억 원, 2018년 170조3000억 원, 2019년 230조3000억 원으로 최근 몇 년 간 매년 30% 수준의 증가세를 지속했다.
펀드를 거치지 않고 국내 기관이 직접 투자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대체자산 투자에 몰린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연기금, 보험사 등이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체투자에 자산배분 비중을 늘려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이런 자금 유입 흐름이 끊긴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대체투자와 관련한 신규 프로젝트 대부분이 중단되거나 미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의 52%를 차지하는 해외 투자펀드의 경우 현지 부동산에 대한 현장실사가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가 정체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체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및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오피스, 상가 등의 임대수익 전망은 어두워진 탓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수익 감소, 물가 하락, 부동산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투자가 주춤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중단됐던 사업을 필두로 대체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대안이 없어서다.
한세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사모펀드 대체투자 출자자(LP)들이 올해 출자 약정계획을 축소했다”면서도 “우량 거래상대방과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투자 자산의 특성상 감염병으로 인한 중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와 주식 변동성 확대로 사모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유입은 재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오피스나 상가보다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