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 등의 내용이 담긴 '6·17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시중은행에서조차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이번 대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금융당국과 협의에 착수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6·17 대책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회의를 가졌다. 은행들은 대출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모아 이에 대한 해석을 금융당국에 요구했으며,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 답변을 마련해 조만간 은행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법인 투기수요를 근절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지만 워낙 복잡해 대출 담당자들조차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쟁점이 됐던 것은 투기과열지구로 새로 지정된 지역에서 중도금 대출의 대환이 있을 경우 기존 약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다. 예컨대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인천 검단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산 사람들이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다.
정부는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구매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집을 처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증액이나 은행의 변경 없이 대환하는 경우에는 이 약정을 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다시 맺어야 하느냐가 문제다.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시 실거주 목적이라면 전입기한의 예외 적용도 문제다. 규제지역의 집을 사기 위해 7월 1일 이후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안에 해당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대출을 회수당하고 3년 안에 주택 관련 대출을 할 수 없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받을 경우 전입기한을 연장할 수는 있다.
만약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전세 만기일이 1년 이상 남아있는 주택을 구입, 만기일 이후에나 전입이 가능한 경우라면 이 불가피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실거주 목적으로 샀더라도 기존 세입자의 전세 기간이 1년 이상 남아있는 경우도 있을 테니 규제 예외대상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당국에서 명확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장에서 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은행 직원들도 어려워하고 있다"며 "정부 부동산 대책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