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 강원도 사찰에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5시간 회동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비공개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나 국회 정상화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과도 만나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추경 관련해선 신속한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본회의 개최와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 상정이 국회의장 권한인 만큼 관련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종전대로 ‘11대 7’ 배분 원칙을 고수하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협상을 포기하더라도 일단은 남은 기간 최대한 협상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구상에 따르면 법사위는 민주당 몫, 예결위는 통합당 몫이기 때문이다. 추경이 통과되려면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 단계를 건너뛸 수 있어도 예결위 본심사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예결위 구성이 더 이상 늦춰진다면 민주당이 공언했던 ‘추경안 6월 처리’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통합당이 원구성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26일 본회의에서 예결위원장 '원포인트' 선출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예결위원장과 민주당 몫 나머지 상임위원장 5개 등 6개를 선출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민주당이 한시적으로 예결위원장을 맡았다가 나중에 통합당에 돌려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박 의장이 동의해야 실현 가능한 데다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이 작지 않은 대목이다.
여야가 18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여야 원내대표가 강원도에서 회동을 가진 이후 그간 중단됐던 여야 협상도 재개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에 반발, 칩거에 들어갔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가 원 구성 문제에 대해 기존과 다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측은 그의 복귀를 원 구성 협상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21대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의 힘겨루기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간 통합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차례 ‘협상 마지노선’을 그었지만 이번(26일 본회의)은 의미가 남다르다”며 “3차 추경 처리가 급선무인 만큼 반드시 예결위 구성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사위와 예결위가 마무리된 이후의 협상은 큰 의미가 없다. 신속하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