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전과 충북 청주시를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으면서 충청권 투자 수요가 다시 세종으로 향하고 있다.
세종시 소담동 '세종 중흥S클래스 리버뷰(새샘마을 9단지)'. 금강을 끼고 있는 이 아파트는 세종시 대장 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달 들어 세종 중흥S클래스 리버뷰 전용면적 98㎡형 매매 시세는 9억 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7억 원대에 매매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몸값이 1억~2억 원은 올랐다. 미리 물건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2~3일 간격을 두고 호가를 수천만 원씩 높여 부르고 있다.
◇입주 물량 줄고 인구 늘어 악재 '쏙'
정부세종청사, 세종호수공원, 국립 세종수목원과 가까운 어진동 '세종 더샵 레이크파크(한뜰마을 3단지)' 가격도 한 달 새 요동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저층부도 전용 84㎡형 기준으로 대부분 6억 원 중반대에 수렴하는 중이다. 지난달보다는 1억 원, 이달 초과 비교해도 5000만 원 가까이 값이 올랐다.
소담동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비싼 값이라도 거래를 서두르고 있다"면서도 "집주인들이 아파트값 추가 상승 기대로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어 거래 자체가 귀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달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6ㆍ17 대책) 때문에 세종에 집값 풍선효과(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 그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가 이어났다고 풀이한다. 세종과 함께 상반기 충청권 주택시장을 이끌었던 인근 대전과 청주가 6ㆍ17 대책으로 규제 사정권에 편입된 탓이다. 6ㆍ17 대책에서 정부는 대전 동ㆍ중ㆍ서ㆍ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대전 대덕구와 청주 동 지역ㆍ오창읍ㆍ오송읍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전과 청주는 그간 누렸던 비규제지역 특수를 잃어버렸다.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던 세종은 6ㆍ17 대책 충격이 적을 수밖에 없다. 지역 부동산시장에선 같은 규제지역이면 신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세종이 비교우위를 누릴 것이라고도 평가한다. 세종시에서 입주를 시작한 직후에도 더 나은 생활 여건을 찾아 대전과 청주 등 주변 지역에서 투자가 이어졌다.
세종 집값 상승을 억제하던 악재도 가시고 있다. 그동안 세종에선 새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입주 물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행정자치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전 등으로 인구도 지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다.
◇최대 개발 호재 '세종역 유치' 기대도
문제는 그간에도 세종 주택시장이 안정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종 아파트 가격은 연초와 비교해 5.50% 올랐다. 대전(5.83%)에 이어 전국 시ㆍ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전국 평균(2.85%)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6ㆍ17 대책 풍선효과가 발생하면 가뜩이나 거셌던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 주택시장은 이제 세종역 유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종시는 다음 달 초 KTXㆍITX 세종역 신설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세종에서 철도로 서울을 오가려면 청주까지 나가 오송역을 이용해야 했지만 시내에 세종역이 생기면 서울과 연결성이 더욱 좋아진다. 역세권 개발에 따른 부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역에선 세종역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이후 최대 개발 호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은 원래 고강도 규제를 적용받았지만 대전과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수요 회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인구가 지속해서 늘고 교통 인프라도 개선되는 만큼 집값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