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가 또다시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놔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 집값 급등의 핵심 원인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부정하면서도, 아파트 입주 물량에 대해선 면밀한 파악도 없이 대폭 늘려 잡는 것은 모순이란 비판이 거세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6000가구에 달한다고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주택 공급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밝힌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민간 업계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업계에선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5000가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021가구다. 정부와 민간 업체가 각각 파악한 입주 물량이 무려 1만1000가구나 차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집계하는 아파트 공급 물량은 현재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분양 공고)가 완료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서 “후분양 물량과 일반분양 계획이 없는 공공임대주택 물량 등은 민간업체 집계 물량에서 제외돼 실제 입주량보다 과소 추정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내년에 입주하는 후분양 아파트와 공공임대아파트만 무려 1만 가구가 넘는다는 얘기다.
이에 국토부에다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 중 후분양 단지와 공공임대단지의 구체적인 입주 물량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 측은 “내년과 내후년까지 입주하는 후분양 아파트 공급 물량은 없고, 2023년에 1300가구 정도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통계보다 실제로 분양되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민간 통계에 신뢰를 더 두고 있다. 입주 물량 통계가 중요한 자료인 만큼 정확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정확한 입주 물량을 바탕을 부동산 정책을 짜고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주택 통계 행정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김 장관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서울에서 연간 4만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고, 최근 3년간 서울의 인허가·착공·입주 물량도 평균보다 20~30%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세제 강화와 규제 일변도로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집값 풍선효과와, 보유세 인상에 따른 집주인들의 세입자 조세 전가 등 부작용도 모두 부정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세금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정답은 주택 공급량을 늘려 임차인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