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의 3연임을 놓고 노사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는 최초 후보군(롱리스트) 단계서부터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이를 거부하면서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윤 회장의 연임을 두고 빚었던 노사 갈등이 또다시 반복되는 양상이다.
KB노협은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주도하는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요식행위라고 지적했다. KB노협은 “대다수의 직원들이 윤종규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KB노협에 따르면 앞선 12일 소속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7880명 중 79.5%(6264명)이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했다.
앞서 2017년 윤 회장은 당시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과 공동 후보에 올랐으나, 김 사장과 양 사장이 후보 선정을 고사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셀프 연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KB노협은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로 꼽았다. KB금융그룹의 회장은 내부 후보 5명, 외부 후보 5명 총 10명의 후보가 롱리스트, 즉 후보자군으로 선정되는데 롱리스트들에게 회장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KB노협은 롱리스트에 들어간 후보군이 회장직을 고사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류제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외부 후보자는) 금융계 업계 경험이 있거나 현재 지주사 회장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사람들이 왜 자기 일을 그만두겠냐”라며 “내부 후보자들의 분위기는 윤 회장과 경쟁할 생각이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장 선임 절차는 윤 회장이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KB노협은 사측에 롱리스트 후보자에게 회장 자리에 앉을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롱리스트 단계부터 참여 의사를 묻는 방식은 후보자에 대한 명예 훼손과 회추위 독립성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타협안을 내놨다.
KB금융 측 관계자는 “리스트 포함 여부는 그 본인도 모른다. 롱리스트 단계부터 명단이 외부 알려지고 숏리스트에 선정되지 않으면 본인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롱리스트 중 최종 후보자 4명을 추린 숏리스트를 선정할 때, 높은 순위의 후보부터 인터뷰 의사를 묻고 수락한 사람을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회장은 숏리스트 4명이 인터뷰를 거친 후 최종 1명이 선정된다.
KB노협은 회장추천위원회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B노협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위원장은 “숏리스트가 확정되는 24일 전까지 확실한 답을 듣지 못하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