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실효환율과 명목실효환율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명목-실질 실효환율간 격차가 17년반만에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변동폭이 적었음에도 두 실효환율이 벌어진 것은 교역 상대국의 물가변동 탓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25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7월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전월 대비 0.45% 하락한 104.85를 기록했다. 앞서 5월 홍콩보안법 여파에 따른 미중 갈등 속에서 104.79까지 떨어지며 하락폭을 키웠던 실질 실효환율은 6월 반등한 뒤 다시 떨어지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명목실효환율은 0.07% 떨어지는데 그친 111.35를 기록했다. 역시 5월(100.76) 이후 오르내림을 반복 중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통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100보다 높을 경우 기준연도(2010년) 대비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량만 가중 평균한 지표다.
7월 원화 명목-실질간 실효환율 차이는 6.5포인트로, 2003년 1월(6.7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반면, 명목과 실질간 차이를 설명하는 물가지표는 횡보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실제 3월부터 5월까지 내리 떨어지던(전월비 기준) 국내 소비자물가는 6월(0.2%) 반등 이후 7월 보합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의 차이는 물가 반영 여부에 있다”며 “물가가 반영되는 과정에서 국내 물가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타 국가들의 물가도 반영되는데, 이 과정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IS가 국가간 관계와 영향 등을 분석해 가중치를 두고 이에 따라 실효환율을 계산하고 있다”며 “(국내 물가지수 변동이 없어도) 다른 나라의 물가상승률에 변동이 생기면 국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국내 물가 변동폭에 비해 글로벌 경기 변동폭이 컸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실질실효환율 하락률이 가장 컸던 나라는 러시아(-4.03%)다. 이어, 인도네시아(-3.35%)와 아이슬란드(-3.31%), 브라질(-2.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은 78.28을 기록해 전월 대비 0.28% 하락했으며 중국은 122.5를 기록해 0.7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120.17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