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지 악화는 관리재정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적연금이 포함된 사회보장성기금도 9년 뒤부터 순차적으로 적자 전환된다. 공무원연금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여서 연금제도 개혁이 시급하지만 마땅한 해법이 없어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7일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2020~2060년)에 따르면, 현재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재정은 2041년 적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이 올라 보험료 수입이 늘어도 적자 전환 시기는 고작 2년 미뤄지게 된다. 그나마 사학연금은 현행 유지 시 2029년 적자로 전환되지만, 성장률이 오르면 2038년으로 전환이 9년 연장된다.
지금도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현행 유지 시 2060년 재정수지가 각각 -0.5%포인트(P), -0.08%P로 악화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사회연금보험의 지속가능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8대 연금·보험 분야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연금제도 개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먼저 국민연금은 2018년 보건복지부 주도로 복수의 개혁안이 마련됐으나, 국회로 공이 넘어간 뒤로는 논의가 중단됐다. 당시 추계에서 복지부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가입자 감소 및 수급자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가 새로 구성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의사 파업 등 시급한 현안이 많아 연금은 거론조차 안 된다”며 “연금 개혁이 미뤄져 현 세대가 현재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로 미래에 연금을 타 간다면, 모자라는 지출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서든, 재정보전을 통해서든 미래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제도 개혁을 미루면 제도를 개혁하는 시점에 필요 보험료율이 급격히 오른다. 흑자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점진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게 가능하지만, 적자로 전환된 뒤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면 한 번에 올려야 해서다.
국민연금 개혁이 미뤄지면 다른 직역연금 개혁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이미 공무원·사학연금은 2015년 개혁으로 수익비(낸 보험료 대비 연금수입)가 1.48배로 국민연금(1.50배)보다 낮아졌다. 국민연금을 그대로 두고 공무원·사학연금만 개혁하면 수익비 역전은 역차별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그나마 2015년 개혁에서 제외된 군인연금 정도만 단기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
일부에선 공무원·국민연금 통합 논의도 나오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18%로 국민연금(9%)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민간 대비 낮은 임금·퇴직급여 수준에 대한 보전적 성격을 띤다. 이는 2015년 개혁 전 공무원연금 수익비가 2.08배에 달했던 배경이다. 따라서 두 연금을 통합하려면 보험료율 조정과 함께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형평성도 문제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적립금은 737조 원이었지만, 공무원연금은 지금도 재정수지가 ‘마이너스’다. 두 연금을 합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공무원연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적자 전환 시기도 앞당겨져 필요 보험료율은 더 오르게 된다.
복지위 여당 간사를 맡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도 당장 2020년부터 두 배인 9%(기업 부담 포함 18%)로 올려야 할 것”이라며 “저소득자가 더 많이 받는 소득재분배 기능도 약해져 저소득자가 손해를 보고, 현재 공무원연금 적자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