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는 아베 신조 현 총리의 후계자로 불리는 인물인 만큼, 한일관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과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회의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스가는 “아베 정권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조를 노골적으로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11월 말로 추진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을 위한 현금화, 내년 도쿄 올림픽이 향후 한일관계 개선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스가 장관이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어놓은 아베 총리에게 조언을 구하며 그의 외교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한일 관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가 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을 언급하며 “청구권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스가 장관이 "한국과 어려운 문제 있다"며 해결이나 협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풀어가겠다고 한 점, 우호적인 관계 대신 ‘확실한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한 것은 아베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한일간의 갈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와 달리 주변국과의 외교에서 실용적인 온건파로 불리고 있어 향후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극적인 타결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제노역 배상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일본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수출 규제 문제는 진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강제노역 문제에 대해서는 스가 장관이 바로 다른 태도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봉태 법무법인 삼일 변호사는 “스가 장관이 그동안 해왔던 여러 가지 발언이 한국 비판적이었던 것은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이기 때문”이라며 “큰 변화는 없겠지만 정권이 안정화되면 (아베 총리와 다른)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1억 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제철이 배상을 하지 않자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1월 피해자 변호인단이 낸 일본제철의 한국자산인 4억여 원 상당의 피엔알(PNR) 주식 압류신청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의 무응답과 공시송달 등을 거쳐 지난달 초 압류명령결정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대응해 일본제철은 즉시항고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제철 자산에 대해 현금화에 나선다면 다양한 방안을 통한 보복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