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고, 원하는 소리로 볼륨을 조절하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이해하는 것까지. 흔히 ‘TV를 시청한다’고 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눈이나 귀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상이 당연하지 않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품전략팀에서 접근성 제품 개발을 맡은 이의윤 수석연구원은 ‘모두가 TV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한다’는 생각으로 TV를 기획하고 있다.
2020년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된 새로운 기능들 역시, 실제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물이다. 이 수석연구원은“청각 장애인들의 이해를 돕는 수어 방송이 화면 한쪽에 작게 표시되는데,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수어 위치를 자동 인식한 후 원본 대비 최대 200%까지 확대해 보여주는 기능을 올해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모바일 연동 글자 확대 기능을 활용해 삼성 휴대폰 카메라에 보이는 영상을 큰 미러링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실사용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올해부터 새롭게 탑재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스마트 TV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성 기술을 개발해, 눈이나 귀가 불편한 사람도 어려움 없이 TV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7년이 지난 지금, 삼성 스마트 TV는 소비자 가전제품 최초로,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 협회(RNIB)로부터 ‘시각장애인 접근성 인증’을 획득하며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시청각 장애인용 TV 보급 사업자로도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연말까지 접근성 기능을 갖춘 1만5000여 대의 TV를 저소득 시청각 장애인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TV 기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개발자들은 사용에 불편함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실사용자로서는 꼭 필요한 기능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협회를 비롯해 미국, 영국 등의 해외 장애인 단체도 찾아가 의견을 수렴한다. 국내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한국농아인협회와 협업하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시청각 장애인들이 ‘TV를 편하게 시청할 수 있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실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그는 “사실 접근성 기술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쉬운데,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보람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가전제품에서 제일 주목받는 기술이기도 한 인공지능(AI)을 접근성 기능에도 적용해 많은 장애인이 제품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