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구 빌리브범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의 현재 매매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15억5000만 원으로 두 달 전보다 2억 원가량 올랐다.
인근 범어센트레빌 전용 84㎡형도 지난달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선 뒤 현재 호가는 11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범어라온프라이빗, 범어효성해링턴플레이스, 범어풀비체 등 최근 10억 원(전용 84㎡ 기준)을 넘긴 아파트가 대구에서 늘고 있다.
최근 치솟고 있는 지방 전셋값이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전언이다. 대구 법어동 D공인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지방도 전세 물건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면서 "2년 전보다 전셋값이 1억~2억 원 가까이 오르자 차라리 이 참에 아예 집을 사자는 쪽으로 돌아서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뿐 아니라 대전 유성구 도룡SK뷰 전용 84㎡형도 현재 12억1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해 초 10억 원을 넘긴 뒤 매달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인근 스마트시티 전용 84㎡형도 11억 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10억 원 후반대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정부의 잇단 규제 효과로 조정기에 접어든 것과는 달리 지방 주택시장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온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지방 아파트 주간 매매가 상승률은 0.10%를 기록했다. 서울이 0.01% 오르며 보합권에 머물었다.
문제는 지방 전셋값이 오르면서 갭투자 수요가 다시 늘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서울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갭투자가 용이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0.2%로 수도권의 경우 65.5%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 74.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충북 제천과 전북 전주, 군산, 전남 목포, 순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80%가 넘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방 주요 도시의 경우 전세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전셋값이 더 오를 경우 매매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면서 캡투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지방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