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운용사와 연기금 등 4개사가 무차입 공매도 금지 법령을 위반했다. 현행법상 주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먼저 주식을 팔고 결제 시점에 주식을 빌리거나 재매수해 갚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는 금지된다. 우리나라만의 규제는 아니다. 대다수 국가에서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시세조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무차입 공매도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는 주로 외국계 금융사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0년 이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101건 중 94건이 외국계 투자 회사와 연관됐다. 주요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GSI)이다. 이 회사는 앞서 2018년 5월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종목에 대해 매도 주문을 제출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게다가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무차입 공매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면서 공매도 폐지 여론의 촉매가 됐고, 현재까지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공매도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번에 적발된 4개사를 비롯해 과거 사례들이 모두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골드만삭스 사례가 드러난 당시 한 개인투자자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무차입 공매도를 증권사가 몰래 사용하고 감독당국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을까. 금융당국과 증권사 등이 일부 신뢰 훼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년 3월까지로 연기됐지만, 전면 폐지가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와 금융투자업계, 시장 전문가들의 기본 입장이다. 단기 과열에 따른 과대평가 종목의 가격을 조정한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간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매도 폐지가 불가하다면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무차입 공매도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솜방망이’ 처벌이 줄곧 제기돼 왔고 수치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101건의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45건에 불과했고 56건은 ‘주의’ 처분만 받았다. 과태료 부과 기준조차도 건당 6000만 원을 기준으로 50% 가중한 9000만 원이 최대치다. 반면 영국은 벌금의 상한선이 없으며 미국은 시세조종이나 부당이득을 위한 불공정 공매도에 대해 500만 달러(약 60억 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또 프랑스는 무차입 공매도로 얻은 이득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영업정지 처분이 뒤따른다.
정치권을 비롯해 금융당국도 처벌 강화에 무게를 두고 관련 법안 발의 및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수기로 입력해 발생한 실수입니다”와 같은 핑계가 다시는 통하지 않도록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개인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존 공매도 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재개까지 남은 시간 동안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spd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