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고(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가 항소심에서 '상습성'이 없다는 취지로 항소 이유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씨 측은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상습성도 다툰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검찰 측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3건의 상해 부분을 다시 다뤄달라고 요청하면서 피해자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인정한 3건의 상해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도 법정형은 똑같다"며 증인 신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이 씨 측 변호인도 "피해자들이 수사 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상세하게 진술해 증인으로 나와도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의견서를 받아본 후 증인 채택을 결정하기로 했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
이 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직원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하고 위험한 물건을 던진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씨가 2012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자택 관리소장에게 가위와 모종삽, 화분 등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등 24회에 걸쳐 폭행한 혐의도 추가했다.
1심은 "이 씨의 범행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언, 폭행해 그 자체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