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신용등급을 하락 조정하는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8월말 현재 저축은행 대출의 24.1%를 차지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체율은 14.2%로 치솟았으며 당기순이익 감소 등 자산 건전성의 악화로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기업평가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기평은 지난 11일 한국상호저축은행, 솔로몬상호저축은행,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토마토상호저축은행 등 대표적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건설 및 부동산업 관련 익스포져가 대부분 50%를 상회하고 있고 연체율 상승 추세가 지속됐으며 BIS자기자본비율 등 자본 완충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 부동산시장 악화에 크게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신용등급 전망치 조정은 저축은행 부실에 대해 재확인 한 것이며 리스크에 많이 노출된 만큼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증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그동안 과도하게 PF대출을 한 것이 문제"라며,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나오고 있는 지금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은 그간의 우려의 목소리를 확인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또 한국신용정보는 이미 3월과 6월에 토마토상호저축은행과 솔로몬상호저축은행에 대해 '부정적'등급으로 조정한 바 있다.
한신정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신평 역시 현재 저축은행에 대한 자료를 검토중에 있으며 이번달 안에 각 저축은행에 대한 등급 전망치 조정이 있을 예정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현재 솔로몬상호저축은행과 한국상호저축은행등이 '안정적'등급이지만, 앞으로 각 저축은행의 자료 분석·평가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저축은행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해 저축은행 부실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KDI는 12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PF관련 대출로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구조조정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부실 저축은행을 연명시키기보다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김태경 저축은행총괄팀장은 "최근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는 국내 금융시장,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요인이 반영된 것이며 과거 PF대출이 20%대 일때도 저축은행은 건전했다"며 "그러나 1금융권에 비해 지표가 열악한 점, 거래 고객 신용도 등은 문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