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외벽 도색은 안됩니다. 안전진단에 조금이라도 불리할 수 있는 것들은 무조건 안전진단 이후로 미뤄야 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2단지 아파트 주민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등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추진을 위해 아파트 단지 외벽 도색과 수도관 교체 등 보수공사를 미루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2단지는 아파트 외벽 도색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에 부딪쳤다. 목동2단지는 현재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데 도색을 진행할 경우 노후도 평가를 낮게 받을 수 있다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목동2단지 한 소유주는 "주민들이 수 억원의 돈을 모아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진단 결과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색을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적어도 2차 정밀안전진단까지 예상해 내년 초여름까지는 도색 작업이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의 경우 건축 연령이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로 외관과 시설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외벽 도색 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외벽 도색 공사를 미루는 것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목동9단지가 최근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서 목동신시가지 단지들은 초조한 상황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가운데 사업 속도가 비교적 빨랐던 목동9단지가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목동신시가지 일대 재건축 사업이 불투명해진데 따른 것이다.
겨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재건축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목동 신사기자 아파트 단지들은 조직적인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이 조직한 재건축추진연합회(목재련)은 최근 원활한 재건축 추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가졌다.
목동 5·11·13단지가 2차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고 1·3·10·14단지가 1차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만큼 신중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진행 사항을 공유하며 긴밀한 협조에 나서기로했다.
목동 신시가지단지들 뿐 아니라 노원구 상계동 주공6단지 등 예비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는 단지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들 단지도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상황이나 보수공사보다는 안전진단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은 외벽 도색 공사나 수도관 공사와 같은 보수 공사를 꺼려한다"면서 "정부가 더 엄격한 현장조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후 단지들의 주거 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