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전선업계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석유화학, 반도체 등 국가 주력사업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대한전선·일진전기 등은 전력선·통신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다른 산업과 달리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의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평균 4.5% 매출 성장을 기록한 전선 기업들이 초고압전선 등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는 등 올해도 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장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전력선, 통신선 교체 수요에 따른 국내업체들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LS전선의 경우 향후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이 19.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성장 전망은 올 3분기 실적에도 반영돼 나타났다. 일진전기의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6%, 63.7% 증가한 2291억원, 140억원을 거뒀다.대한전선 역시 올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14.0% 증가한 6040억원, 영업이익은 57.6% 증가한 24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선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것은 우선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의 전력선 교체 수요와 중동지역의 건설투자에 따른 수요 급증, 광통신사업자들의 광통신망 구축 확대 등 해외시장 활성화 요소들이 겹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관 삼성증권 연구원은 "LS와 대한전선이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중동 시장에서의 성장이 현재 업황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면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공약처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전선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는데 이 에너지를 운반할 새로운 전선망이 필요하므로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우선 최근 미국 전선업체인 수페리어 에식스사를 인수한 LS전선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 관계자는 "미국 경제 부양 정책에 맞춰 전력과 통신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라며 "미국은 이미 전력과 통신 등 인프라 강화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금융 위기로 인해 투자가 잠시 주춤할 뿐 내년 상반기에는 투자 실행이 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전선도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과 IT인프라 확대 정책에 맞춰 노후 전력선 교체, 광역 통신망 사업 확대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진전기도 중동 위주의 초고압 케이블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만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통신 등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될 경우 투자지연 등에 따른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어 시장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