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빅딜’ 과정에 금융위원장 출신인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동걸 회장은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고등학교 동기인 것은 사실이나, 제가 금융위를 떠난 이후에는 만났던 기억도, 통화한 기억도 없고, 보도된 내용처럼 막역한 사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이번 ‘빅딜’에서 김 의장이 이 회장과 직접 만나 중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전관 출신이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기사에는 악의적인 오해 의도가 있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었고 이는 항공업 정상화에 중차대한 문제를 일으킨다”라며 “법률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 회장은 이번 딜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산은이 먼저 한진칼과 대한항공 측에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는 전혀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진칼은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 중인데, 조 회장만 접촉했다는 것만으로 산은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는 의혹이 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회장은 “조 회장은 사인(私人)으로서 딜에 참여한 게 아니라, 한진칼의 대표로 참여했다”면서 “조원태 회장과는 사전에 면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3자 연합 강성부 대표와는 협상의 주체가 될 수 없기에 협상하지 않은 것뿐이라며 의도적으로 조 회장만 접촉했다는 사실도 강하게 부인했다. 이 회장은 “다만, 3자 연합이 생산적인 제안을 한다면 협의할 용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굳이 지원했냐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특정인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협의하다 보니 경영권을 가진 회장과 계약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조 회장이란 ‘사적인 인물’이 거래 당사자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는 ‘네버앤딩 스토리’다. 분쟁이 끝날 기미가 있다면 기다리겠으나 끝날 기미가 없는 분쟁을 기다리면 채권단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은은 양쪽의 싸움을 견제하는 ‘캐스팅 보터’의 역할일 뿐, 조 회장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이번 딜을 통해 대한항공과 한진칼 두 회사에 대해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 등에 대한 추천권을 확보했으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권한은 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통합은 ‘혈세’를 통한 재벌 특혜란 지적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재벌의 특혜가 아니라 일자리를 위한 특혜다”라면서 “현 경영진은 고용유지 등 조건을 위반하면 경영퇴진 등의 견제장치나 건전경영과 관련된 장치는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강성부 대표는 사모펀드 대표이고 남의 돈으로 하시는 분인데, 여기에 어떤 책임을 묻겠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재벌은 그저 우리나라의 개발금융의 결과인 덫이고 이것은 불가피하다. 그렇기에 산은은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가진 분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