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당초 이 날 이사회를 열어 쌍용건설 인수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하려고 했지만 돌연 이사회 개최를 취소하고 캠코에 협상시한을 다시 한 번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동국제강과 캠코는 당초 지난 11일 끝낼 예정이었던 최종 인수가격 협상마감 시한을 10일(영업일 기준)간 연장해 25일로 미뤘지만 이번에 또 다시 연장신청을 한 것. 지난달 21일과 이달 11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협상시한 연장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협상은 5영업일이 연기된 내달 2일에 최종 마무리된다.
캠코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25일 협상시한 마감을 앞두고 쌍용건설 인수가격과 매각 절차 등에 대해 협상시한을 연장하자는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의 이번 협상시한 요구는 장세주 회장이 현재 G20 금융정상회의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차 미국과 남미를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관계로 이사회를 개최할 수 없기 때문.
동국제강은 이에 따라 장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이사회를 열고 쌍용건설 인수에 관한 최종 가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캠코와 동국제강 모두 쌍용건설 매각이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동국제강은 쌍용건설의 주가 폭락과 미분양 주택 등 우발채무를 감안해 매각가격을 크게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지난 7월 11일 쌍용건설 주가(종가 기준)는 2만1000원이었지만, 지난 24일에는 6310원으로 장을 마감,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몸값이 떨어졌다는 점도 감안해달라는 것이 동국제강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캠코는 "동국제강이 주장하고 있는 주가폭락과 건설경기 침체 등 외부환경의 악화를 감안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쌍용건설의 본질적 가치가 희석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가격 재조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캠코가 동국제강의 협상시한 요구를 수용해주지 않을 경우 쌍용건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최근 경기침체상황을 감안하면 쌍용건설 매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동국제강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납부한 이행보증금 약 250억원 가량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쌍용건설 매각이 유찰될 경우 캠코도 부담을 안기에는 마찬가지다.
한 M&A 전문가는 "쌍용건설 매각이 재입찰에 들어갈 경우 최근 경기상황을 고려했을 때 동국제강이 제시한 수준의 가격을 다시 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헐값에 매각하기는 힘들겠지만, 캠코도 동국제강의 요구안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동국제강 요구안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양측이 원만하게 매각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