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유입이 국내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리면서 내년 1분기까지는 이러한 유입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1월 역대 월별 기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달이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계 자금이 주도한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일까지 7조4315억 원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월별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수액 2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위인 2013년 9월 7조6362억 원과 단 1000억여 원의 격차를 두고 있다.
이처럼 한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미국계 자금의 추세 전환이 눈에 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월별 코스피 순매수액 금액은 2011년 이후 미국계 자금이 전체 외국인 순매수를 이끌고 있다. 반면 영국계 자금은 지난 10년간 한국 증시 비중을 줄였다.
미국계 자금은 한국 기업과 실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 실적은 2년마다 증가하거나 감소하는데 미국 자금도 이에 따른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올해 1~3분기 합산 순이익은 67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70조1000억 원과 유사하다. 이에 2년의 사이클이 시작되는 내년은 미국계 자금이 더 쏠릴 것이란 관측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이나 2017년이나 코스피가 역사상 최고치를 뚫고, 가지 않았던 길을 갈 때 미국계 자금은 함께 했다"며 "S&P500 등 자국 증시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일이 흔한 일이므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부담보다 확실한 실적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계 자금 유출은 2010년대 초중반 유럽 재정위기, 2016년 이후 브렉시트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며 "올해 1월 31일 영국은 EU(유럽연합)를 탈퇴했고, 탈퇴 이후 추세적인 순매도 양상은 일단락됐기 때문에 영국계 자금의 추가 이탈이 제한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기업 실적이 정상화되면서 당분간 외국인 자급 유입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은 내년 기업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195조 원으로, 올해 143조 원보다 증가한다고 봤다. 에프엔가이드의 2021년 순이익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보다 삼성전자는 25%, SK하이닉스 64.3%, LG화학 43.8% 등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매수세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이달 7조 원가량 사들였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많이 비워뒀기 때문에 추가적인 매수 여력이 있다"면서 "내년 글로벌 경제지표가 반등할 때 한국 지표도 다른 국가 대비 좋을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까지 외국인이 사들일 요인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한국이 글로벌 자금의 '원픽'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계 자금이 본격 한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국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적다는 풀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주목해야 한다"며 "신흥국 전반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아니고 정보기술(IT)이 앞서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들어오는 자금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지금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일반적인 신흥국 추종의 패시브자금 유입과는 달리 RCEP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자금 유입 성격이 강하다"면서 "한국은 기술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에서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자금 수급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계 자금이면 장기 성향, 유럽계 자금이면 단기 성향의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이면 산업 경쟁력 확보, 한국 시장의 모멘텀 부각 등으로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추세에 베팅했다면 머지않아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