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5단계 실시 이후 유통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패션 의류용품을 주로 파는 백화점은 사라진 연말 특수에 울상을 지으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우려하고 있고, 심야 영업 중단에도 식료품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는 오히려 선방했다. 편의점 역시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오후 9시 이후 식품 매출이 크게 늘고, 배달 주문까지 뛰었다. 생필품을 주로 파는 이커머스도 가동률이 치솟으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유통업계는 거리두기가 3단계로 강화될 경우 영업에 추가적인 차질이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5~11일 매출을 지난해 12월 7~13일과 비교하면 -10% 떨어졌다. 여성 의류가 -25%를 기록했고, 남성스포츠는 -13%를 보였다. 이어 주말인 12~13일 매출은 -14%로 더 미끄러졌다.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8~13일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로 주춤했다. 지난 11월 세일 기간 3.9%로 반등했던 매출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카테고리별로 여성은 -24.5%, 남성은 -10.0%로 집계됐지만, 아웃도어(5.5%)와 명품(15.0%), 생활(24.1%)은 선방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5~13일 매출이 -6.7%를 기록했다.
5일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에 따라 다중집객이용시설은 밤 9시 이후에 영업을 할 수 없지만, 통상 백화점은 오후 8시 30분에 문을 닫아 직접 타격은 없다. 하지만 외출을 삼가하는 분위기 속에 문화센터와 키즈센터, 점내 카페 등이 휴점하면서 집객에 어려음을 겪고 있다. 전체 매출의 85%가 비식품인 백화점은 3단계가 실시되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백화점은 거리두기 격상에 대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계획한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라이브 방송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온라인 판매 등을 늘리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는 대형마트는 식품의 장기 저장 목적 소비가 늘면서 안도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8~12일 매출은 전월 동기대비(11월 3~7일) 0.5% 올라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영업시간이 줄어들었는데도 매출이 마이너스를 보이지 않은데 따른 평가다. 통조림(26.5%)과 냉동식품(10.6%), 라면(0.7%) 등 장기 저장 목적 소비가 늘었고, 도정미(13.5%)와 채소(15.3%), 축산(3.2%) 등을 찾는 고객도 많았다.
이마트도 8~14일 먹거리 매출은 3주 전(11월 17~23일) 대비 증가했다. 대표 품목으로 과일 매출이 14.0%, 채소 매출도 7.0% 늘었다. 양곡, 축산 역시 각각 11.3%, 13.6%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으며, 과자 판매도 16.0% 증가했다.
거리두기 3단계 적용시 대형 유통시설(종합소매업 면적 300㎡ 이상)은 문을 닫아야 하지만 마트와 편의점은 필수 시설로 집합금지 제외 시설로 규정된 만큼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거리두기 격상 시에도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영업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은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는 대형마트의 반사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2.5단계로 격상된 8~13일 심야시간대(오후 9시~오전 9시) 편의점 GS25의 축산상품 매출은 직전주인 1~6일과 비교해 54% 솟구쳤고, 샐러드는 40.1% 올랐다. 버섯·채소류 매출은 25.9%, 조미 양념류 매출은 24.1%, 통조림 매출은 1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요기요와 카톡 주문하기 등을 통한 배달 매출도 31.4% 더 늘었다.
편의점 CU(씨유)의 야간 시간대 양곡(쌀) 매출도 전주 대비 무려 40.9% 치솟았고, 두부 등 식재료의 매출신장률은 29.9%를 기록했다. 식용유 등 조미소스류(25.1%)와 덮밥(21.7%), 계란 등 축산물(15.3%)의 매출도 오름세다.
배달 서비스도 인기다. 같은 기간 CU의 배달 건수는 전주 대비 11.0% 올랐고, 매출은 12.2%를 기록했다. CU는 현재 요기요에 5800점, 위메프오에 4300점이 입점해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주문하기에는 이달 중으로 5000점으로 입점을 확대하고, 내년 1월에는 ‘카카오톡 주문하기’도 나선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 주말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주택가 입지의 주요 상품들의 매출이 전주 대비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서 “특히, 가까운 편의점에서 장보기 문화가 확산되며 쌀, 밀가루, 식용유, 채소 등 주요 식재료에 대한 매출 지수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업계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먹거리 판매가 특히 많이 늘었다. 하루 최대 13만 건의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SSG닷컴의 13일 쓱배송(당일 주간 배송) 가동률(주문 처리 가능 건수 대비 주문 건수)은 99.6%를 기록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3단계로 강화되더라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지 않으면 점포 내 PP센터는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전문 업체 마켓컬리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표된 7일부터 13일까지 매출과 주문량은 각각 21%, 16% 증가했다. 이어 지난 주말(12~13일) 매출과 주문량도 각각 17%, 12% 올랐다.
G마켓의 지난 주말 신선·가공식품 판매량도 전주 주말에 비해 늘었다. 캔통조림이 80% 뛰었고, 라면은 79%, 즉석밥은 29% 상승했다. 닭고기·계란(45%)과 냉동조리식품(12%)도 잘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