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부족에 방역당국이 민간 의료기관의 병상까지 강제 동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입원환자의 전원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다음 주 초에나 병상이 추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늘어난 확진자 수를 고려하면 위중·중증환자도 당분간 증가세를 지속할 전망이지만, 단기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26일까지 318개 확보 =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국립대병원 17개소와 민간 상급종합병원 42개소에 허가병상의 1% 이상을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으로 확보할 것을 명령했다. 허가병상의 1%를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으로 활용한다고 가정할 때 늘어나는 병상은 서울아산병원 21개, 세브란스병원 19~20개, 삼성서울병원 11~12개, 서울성모병원은 7~8개다. 이미 요건을 충족한 서울대병원을 포함할 때 5대 상급종합병원에서만 58~61개 병상이 추가로 확보된다.
‘빅5’ 병원을 포함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확보되는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총 318개다. 다만 이번 주 중 병상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브리핑에서 “기존에 있는 입원환자들을 전원 조치를 하고, 또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시설공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도 26일까지 병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병상 확보와 배정 등 일정을 고려하면 다음 주 초부터 병상을 추가 가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입원환자를 전원하기도 쉽지 않다. 박 차장은 “대부분 다른 질환으로, 또 그 정도의 중증도를 가진 환자들이 그 병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에게 양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양보가 필요하고 배려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 그 전원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증환자 당분간 계속 증가” =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 중증환자용 병상을 늘릴 순 없으니 있는 병상을 효율화할 방안을 구성해야 한다”며 “경증환자는 상당수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졌을 것이고, 중증을 벗어난 환자를 신속하게 다른 병상으로 옮겨 자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택 대기뿐 아니라 요양병원이나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중증환자는 느는데, 중증도를 벗어나는 환자는 그만큼 많지 않다”며 “중증도 단계에 따라 빈 병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돼 병상을 효율화해도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다고 해도 위중·중증환자는 당분간 증가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최 교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로 중증환자가 되는 게 아니고, 통상 증상이 발현되고 7~10일 뒤에 중증환자가 된다”며 “그동안 확진자는 계속해서 늘었고 이 환자 중 중증환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부터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다고 해도 중증환자가 바로 감소로 전환되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요양병원·요양원을 중심으로 신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에 머무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거나 와병 상태로 오래돼 면역이 떨어진 분들이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사망할 수 있는 그런 고위험군에 속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8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전담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더라도 치명률이 15%가 넘기 때문에, 치료 장소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연령과 기저질환과 같은 개인적인 위험도도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