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코로나에 대응하면서 부작용으로 생긴 대표적으로 민간과 정부의 부채 문제는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4차 추경을 통해 44조2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이에 따른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백신이 나오면 경기가 회복국면에 올 텐데 이 시점에 정부가 위기대응정책으로 사용했던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이자상환과 대출을 연장했고 부실기업을 가려내는 노력도 덜 했다”며 “차기 정부에서 이어받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경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경기부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기업투자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적자가 많아져 재정을 쓸 수도 없다고 봤다. 김 교수는 “기업투자를 늘리려면 투자환경을 개선해 줘야 한다”며 “반기업 정서를 줄이고 신산업 투자 지원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 대해 “뉴딜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간접적으로 인력 양성 등에서 역할을 하고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수요 억제책에서 공급 확대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 공급 확대책도 교통 인프라가 없는 신도시를 만들면 의미가 없다며 교통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부동산세제에 정부가 너무 개입했다며 시장에 물건이 나올 수 있도록 양도차익 과세 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후 경기가 반등할 때 국가경쟁력에 따라 V자 반등이냐 아니냐로 나뉠 수 있다”며 “정부가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한국판 뉴딜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소장은 “미국에서 뉴딜이 성공했으면 대공황이 10년이나 유지됐을 리가 없다”고 지적하고 “대공황 원인이 일각에서 시장경제, 자본주의 경제의 실패라고 하는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그 원인이라는 게 경제학계의 통설”이라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어느 정부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문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출산율 정책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출산율 정책에 수십조 원을 쓰고 있는데 오히려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성과가 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다리에 경고문을 붙이면 오히려 자살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며 “정부 정책당국이 이처럼 통상적인 생각과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소장은 부동산대책과 관련해서 부동산시장이 2~3년 내 침체가 올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 주식시장은 그동안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에 다소 하락하더라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 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자산효과로 소비가 늘어나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지갑을 닫아 경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