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MNO) 사업자들이 내놓는 5G 중저가 요금제가 알뜰폰(MVNO) 시장 활성화에 제동을 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신사들은 ‘시장이 다르다’는 논리이지만,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LG유플러스는 4~5만 원대 중저가 5G 요금제 2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5G 슬림+’는 월 4만7000원에 5G 데이터 6GB를 쓸 수 있다. 데이터 제공량 소진 뒤에는 400K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5G 라이트+’는 월 5만5000원에 데이터 12GB를 제공한다. 데이터 소진 시 1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서비스한다.
5G 중저가 요금제는 지난해 10월 KT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뒤 SKT와 LG유플러스 고객 친화적인 요금제를 검토한다고 밝혔고, SKT는 지난달 말 과기정통부에 신규 5G 요금제를 신고했다. SKT가 신고한 요금제는 월 3만 원대에 9GB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와 월 5만 원대에 데이터 200GB가량을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로 알려졌다.
이통 3사가 5G 중저가 요금제로 경쟁하면서 ‘알뜰폰의 약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지난해 알뜰폰은 2019년과 달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서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순증 가입자는 4만394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로 따졌을 때 올해 최대 규모다. 11월에는 3만1674명, 10월 1만3039명, 9월 1만2433명, 8월 9909명, 7월 6967명, 6월 5138명으로 지난해 6월부터 알뜰폰으로 번호이동 한 가입자는 순증했고, 그 증가세도 가파르게 이어졌다.
반면 12월 기준 SKT, KT, LG유플러스의 번호 이동은 순감해 각각 -1만7384명, -1만1502명, -1만5063명을 기록했다. 번호이동으로 새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오히려 뺏겼다는 뜻이다. 이 같은 추세를 종합해보면 통신사 약정이 끝나고 알뜰폰으로 갈아타거나 단말기를 오픈마켓 등에서 직접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알뜰폰의 파죽지세가 수능이 포함된 12월에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통상 수능 이후에는 휴대폰 교체 수요가 높아진다. 특히 수험생활 동안 알뜰폰 요금제를 쓰다가 수능 뒤 최신폰으로 바꾸는 추세가 두드러져 통신사들도 최신폰의 공시지원금을 낮추는 등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2019년 수능일이 있던 11월에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은 3만여 명 순감했다. 반면 통신 3사 모두 1만여 명 내외로 번호이동이 순증했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모습이 정반대로 역전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알뜰폰의 성장이 아이폰12 출시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고 분석한다. 아이폰의 경우 국내 제조 휴대폰과 비교해 공시지원금이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아이폰12 시리즈의 수혜를 알뜰폰 시장이 가져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이폰 단말기를 자급제로 구입하고, 요금제는 알뜰폰을 쓰는 사용자들이 ‘알뜰폰 돌풍’을 이어가게 해줬다는 설명이다.
5G 중저가 요금제 경쟁과 삼성 갤럭시 S21 조기 출시 등은 이 같은 알뜰폰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의 신규 요금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행 유보신고제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이용약관(요금 및 이용조건)에 대해 정부가 15일 이내에 심사하도록 돼 있다. 이용자 이익 침해나 공정경쟁 저해가 발생한다고 판단될 시 반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접수된 SKT의 신규 요금제에 관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심사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 중”이라며 “이를 마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